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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Apr 22. 2021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

"어, 이거 왜 이래? 뭐가 잘못된 거지?"


주말 내내 만든 유튜브 동영상을 업로드시키려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원고를 쓰고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을 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더해진 영상이었는데, 영상 파일을 검증하던 유튜브가 오류 메시지를 보내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가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뿔싸! 영상을 만들기 전에 체크 못한 게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싶은 마음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막내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엄마 수술 안 하기로 하셨다며?"

"어? 무슨 수술?"

"언니, 엄마한테 얘기 못 들었어?"


순간 죄송한 마음과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요즘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고 유튜브를 한다는 이유로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을 찾아뵙고 전화드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마음 한편이 무거웠는데, 알지 못했던 부모님 소식을 동생에게 전해 들으니 죄책감마저 들었다.

자식을 생각하느라 자신의 고충을 쉽게 꺼내 놓지 못했을 부모님 마음이 짐작되어 죄송한 마음이 더 커졌다.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시고  손주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인데, 이제 나이 들어 편찮으신 부모님께 전화도 못 드리고 난 왜 이리 바쁘게 살았을까?


엄마표 영어의 노하우를 나누고 싶어 글쓰기와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고 있었다.




다음 날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과일을 사들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엄마 ~!!"

대문을 들어서며 죄송한 마음에 벨을 누르는 대신 '엄마'를 크게 불렀다.

"아이고, 우리 딸 왔니? 어서 들어와라"


죄송한 내 마음과 달리 어머니는 내 손을 잡으며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엄마, 병원 다녀오셨다면서요? 죄송해요.... 제가 신경을 못썼어요."

죄송한 마음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다 겨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잘 해결됐으니 걱정 말라며 내 손을 잡고 따뜻하게 웃어주셨다.



바쁘다는 핑계로 난 부모님을 챙기지 못했는데, 부모님은 언제나 그곳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계셨다.


"엄마, 우리 같이 장 보러 갈까요?"

"너 바쁘지 않니?"

"아니, 오늘 괜찮아요."


그날 부모님과 장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졌다.

물론 내가 해야 할 일을 잠시 미뤄둬야 했지만, 바쁜 일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일을 잊고 살았음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모님께 다녀온 주말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오류를 발견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전날 부모님께 다녀왔으니 유튜브 영상의 오류는 다시 고치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가지지 못하면 바쁜 것을 챙기느라 소중한 것을 잊고 살 때가 있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지 못한 것을 왜 잊고 살았을까?


이제는 바쁘고 급한 일보다 중요한 것들을 먼저 챙기며, 내게 소중한 것들에 마음을 쓰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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