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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Apr 29. 2021

혼자보다 둘이라서 좋아요

요즘 엄마표 영어를 하며 아이들과 읽었던 영어 원서를 다시 꺼내 읽고 있다.

며칠 전에는 유명 챕터북 주니비 존스 시리즈 중 한 권인 《Junie.B Johns and Little Monkey buisiness》를 읽다가 문득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Junie.B Johns and Little Monkey buisiness》속  주인공은 유치원생인 주니비 존스이다.


어느 날 저녁 주니비 존스는 엄마 아빠에게 'surprise'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될 거라는 기대로 들뜬 주니비 존스에게 엄마 아빠는 곧 동생이 태어날 거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태어날 동생을 위해 방을 꾸미고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는 상황을 지켜보며 주니비는 동생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책을 읽고 동생을 받아들이는 주니비 존스의 성장기를 읽으며 두 남매를 키우면서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두 살 터울이다.

집안에 첫 아이로 태어난 큰 아이는 온 식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가족들의 관심은 동생에게 쏠렸고, 혹여 큰 아이가 동생에게 심한 질투를 하거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 때문인지 다행히 큰 아이는 동생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이 심한 동생의 장난을 다 받아주고 가끔은 어른스럽게 배려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오히려 두 아이를 키우며 같은 크기의 관심을 주기 힘들었던 나는 가끔 원칙 없는 양보를 강요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편애 아닌 편애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성인이 된 두 아이는 어렸을 때처럼 큰 아이는 양보가 많고 작은 아이는 그런 누나를 이 믿고 의지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만약 아이가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가끔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사랑을 못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한 명의 아이만 키웠다면 과연 온전히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었을까?

다른 형제가 없이 혼자만 컸다면 아이들은 더 행복했을까?





나 역시 4남매의 장녀였다.

여유롭지 못한 살림에 형제가 많았으니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부대끼며 나눌 수 있는 오빠와 동생들이 있어서 우리 집은 늘 북적댔고 나의 어린 시절은 따뜻한 기억이 많았다.


서로 부대끼며 살다 보니 사춘기도 금세 지나가버렸고,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동생 옷을 사주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모른다. 큰 동생과는 둘이 눕기도 좁은 방을 함께 썼지만, 좁았다는 기억보다는 밤새 속닥거리며 지새운 밤들이 오히려 기억에 더 남아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며 우리 아이들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큰 아이가 집에 왔다가는 길에 잊지 않고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봤다. 서울 생활에 자신도 여유가 없었을 텐데, 잊지 않고 동생을 챙기는 아이를 보며 우리 아이들도 둘이어서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고 함께여서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주니비 존스는 새로 생긴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며 여러 가지 해프닝을 겪게 된다.

자신의 동생을 진짜 원숭이라고 생각하며 유치원 친구들에게 웃지 못할 귀여운 사기극(?)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니비 존스를 혼란스럽게 했던 동생의 등장은 엄마가 여전히 주니비 존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동생을 안고 유치원으로 직접 주니비를 데리러 온 엄마를 본 순간 엄마와 동생 모두 자신의 가족임을 깨닫는다.


엄마와 아빠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니비 존스는 동생을 '적'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배려해야 할 '자기편'으로 생각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언제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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