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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Sep 23. 2020

엄마표 영어는 '엄마표 영어학원'이 아니에요

속도가 다를 뿐 꾸준함은 누구든 목적지에 이를 수 있게 한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돼 기타 학원에 등록했다. 공부만 하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대학에 입학하면서 여유를 느끼고 싶었고, 캠퍼스의 낭만은 기타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학교 앞 기타 학원에 등록을 하고 부푼 마음으로 첫 수업을 갔다.  


기대에 부푼 나와 달리 무미건조한 표정의 기타 선생님은 별다른 설명 없이 코드 잡는 법을 몇 분 가르쳐 주시더니, 혼자 연습하라며 첫 수업을 마치셨다. 기타의 재미도 모르고 얼마나 연습을 해야 연주가 가능한지도 알려주지 않는 첫 수업은 기타를 배우려 했던 의욕을 없애 버렸다


대학의 낭만을 느끼고 싶었고 악기 하나쯤은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기타 수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없었다.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나는 기타 수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고, 우연히  '대금'이라는 악기를 배우게 되었다. 대금은 기본적으로 소리 내기가 엄청 어려운 악기이다.


"대금은 소리만 나면 다 된 겁니다. 그만큼 소리 내는 게 어려운 악기예요. 그러니 소리 안 난다고 기죽지 마시고 꾸준히 수업만 나오세요.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소리 납니다. 이제까지 소리가 안 나서 대금을 포기한 사람은 못 봤어요. 대금을 포기한 사람들 대부분은 소리가 안나는 시간을 못 견뎌해서에요. 그러니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수업만 나오세요."


나 역시 대금 소리를 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함께 대금을 배웠던 수강생들에 비해 대금을 연주하기에 좋은 신체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내게 선생님은 매번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소리가 나는 시기가 조금 느릴 뿐 일단 소리만 나면 다 비슷해지니 걱정하지 마시고 수업시간에 빠지지만 마세요."


그리고 매일 수업시간에 보여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대금 외길 인생이라는 말씀답게 '대금에 대한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대금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악기이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대금을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매일 곡을 편곡하고 연주하셔서 유튜브에 올리셨다.



우리에게도 대금연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시려고 매번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셨다. 수강생 중 한 분이 '특정 음'의 소리 내기가 어렵다고 말하자, 그분을 위한 특별 곡을 작곡해 주시고 그 음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도 하셨다.


어떻게 하면 평생을 대금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대금 사랑은 우리를 움직이게 해 주셨다. 소리가 안나는 악기지만 선생님께서 보여주시는 대금에 대한 열정은 우리에게 기다리는 시간의 무료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해 주었다.


열정은 열정이 없는 사람의 모든 장점도 압도한다. 뭔가에서 열정을 찾은 극소수의 사람들은 열정이 없는 사람들을 간단하게 물리친다. 심지어 경쟁조차 안 된다. 《습관이 답이다》


대학시절 배웠던 기타와 대금을 배운 과정을 돌이켜 보며 '열정'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학시절 너무 쉽게 기타 배우기를 포기했던 것과 달리, 어렵다는 대금의 소리 내는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우리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의 열정의 힘이 컸다. 대충 대금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대금을 좋아하고 즐기시는 열정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런 열정으로 실천하고 행동하시는 모습이 우리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선생님 말씀처럼 시간은 걸렸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금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소리를 내는 시기의 차이가 있었을 뿐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니  결국 모두 대금 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대금의 소리 내는 과정은 엄마표 영어와 많이 닮아있다. 엄마표 영어를 하다 보면 주변에 잘하는 아이들의 소식만 들려온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뛰어난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아웃풋을 보여주지 않는 시기를 견뎌내는 게 쉽지 않다. 가족이나 주변의 반대라도 있으면 불안감은 한층 심해진다.


부정적인 목소리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고 안전한 지대로 돌아가라는 경고다. 대부분은 그 목소리에 굴복한다. 《습관이 답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편도체'라는 부분이 있다. 편도체는 레이다 시스템처럼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뭔가 새로운 것, 위험이 연관된 것을 시작할 때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서 말한다. 그 일을 중단하고 다시 안전지대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가 좋은 걸 알면서도 쉽게 시작을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해 버리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19년의 엄마표 영어를 진행해 보니, 아웃풋을 보여주는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면 결국 같은 결승점에 도달하게 된다.


열정은 인생에서 주요한 목표를 발견할 때 생긴다. 목표를 찾는 것이 성공을 이루는 비법이다. 목표가 있어야 열정도 생기기 때문이다. 《습관이 답이다》


내게 엄마표 영어를 문의하는 분들에게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아이에게 영어교육을 왜 시키려 하시나요?"

"아이 영어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엄마표 영어가 좋다'는 막연한 기대에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영어를 배우는 최종 목표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남들의 말'이나 '막연한 기대'만으로 시작하는 엄마표 영어는 힘이 약하고 얼마 못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표 영어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내 아이 영어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엄마표 영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기 위해 열정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최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마표 영어에 대해 찬반 뜨거운 논쟁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갑론을박 엄마표 영어에 대해 수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는데 그중 어느 엄마의 담담한 고백이 눈에 들어왔다.


저는 100% 엄마표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워킹맘이라 영어 학원을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집에서 안 해주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 영어 오디오 소리 들려주고 저녁에는 영어 dvd 보여주고 자기 전에는 한두 줄짜리 리더스 1~2권이라도 읽어주려고 해요. 잠자리에서 1년 중 300일 이상은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가 좋아해요. 한글을 모르고 초등학교를 가게 돼서 걱정했는데, 한글책을 많이 읽어줘서 그런지 금방 배우더라고요. 영어도 천천히 기다리면 어느 순간 따라올 거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 어느 워킹맘의 고백-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표 영어를 하는 나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조기 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로 보는 시선을  많이 받았다. 그와 더불어 많이 들었던 말이 "애들한테 그만 신경 쓰고 네 인생을 살아라'라는 것이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내 인생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엄마표 영어는 엄마의 독박 육아 프로그램이나  홈스쿨링이 아니었다. 물론 엄마표 영어 학원도 아니었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모든 엄마가 영어를 잘할 수는 없다. 아이의 영어를 엄마 혼자 감당하기 힘든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분들은 엄마표 영어를 할 수 없는 걸까?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모든 것을 가르치는 엄마표 영어학원이 아니다. 위에 직장맘의 고백처럼 엄마가 할 수 없는 부분은 학원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엄마표 영어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지고 아이를 영어라는 낯선 세상에 혼자 던져두지 않고 함께 해주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영어 소리를 들려주고 매일 저녁 한두권이라도 꾸준히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믿음은 부유함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가난함도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이 스스로를 영리하다고 믿으면, 그 믿음이 옳은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믿으면, 그 믿음도 옳은 것이다. <중략>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우리가 무엇이 되는지가 결정된다. 《습관이 답이다》


엄마표 영어를 오랫동안 실천해 온 분들께 비결을 물으면 한결같은 대답을 얻게 된다. 매일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노래 들으며 함께 따라 했을 뿐이라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마표 영어에 특별한 성공 비밀 팁이 있는 게 아니다. 올바른 영어교육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에 따라 우리와 아이들의 인생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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