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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Oct 02. 2020

누구나 영어 영재일 필요는 없잖아요

엄마표 영어, 아이의 차이를 인정해야 해요


옆 부서의 신입 직원 A와 B는 입사 동기였다. 성실하고 원만한 성격의 그들은 직장 내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인사이동으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두 사람은 극과 극의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경험 많고 성실한 멘토를 만난 A는 멘토의 지도하에 차근차근 업무를 배워 나갔다. 하지만 조금 독특한 멘토와 일하게 된 B는 새로운 부서로 발령 후 웃음기가 없어지고 말수도 적어졌다.


A와 B는 서로 성향이 달랐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A는 매사에 자기표현이 확실했고 특히 업무처리에서 의사결정이 빨랐다. 게다가 성실하고 경험이 많은 멘토와 근무하게 되니 업무 능률이 아주 좋았다.


B는 A에 비해 조용한 성격이었다. 자기표현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했고  자기가 한 일을 드러내거나 자랑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B가 업무는 대충 하며 겉으로 드러내기 좋아하는 멘토를 만나니 자꾸 부딪히는 일이 생겼다.


멘토는 B에게 모든 보고서 작업을 떠넘겼고 싫다는 소리를 못하는 B는 경험이 부족하니 매일 밤 야근을 하며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B의 보고서는 멘토의 눈에 들 리 없었다. 멘토는 B를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다른 팀 선배들이 B가 안쓰러워 일을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B의 업무 속도는  멘토의 눈에  못마땅해 보이기만 했다.



"너도 나처럼 해볼래?"
"어떻게 하는데?"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 하거든.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빠의 실직으로 슬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속 주인공 제제에게 형 또또까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고 한다.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비우고 편한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버지의 실직과 자신들의 가난을 아기 예수의 탓으로 돌리며 체념하고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누군가를 탓하지만, 제제의 형도 여전히 마음속 한 편에 이런 자신의 생각이 큰 죄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B도 겉으로 보기에 제제의 형 또또까와 비슷해 보였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표정에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였고 하루하루 직장에 나오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상황에도 다른 직원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B의 모습에 주위 직원들은 손을 내밀었고 직원들의 관심에 B는 달라지고 있었다.


 A처럼 자신을 드러내거나 업무 속도가 빠르지 못했지만 B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는 직원이었다. 느리지만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냈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배려하는 모습은 그가 가진 장점이었다.


"형은 어떻게 뭐든지 그렇게 잘 만들어?
형은 새장, 닭장, 울타리, 작은 문 모두 만들잖아."
"누구나 다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 되려고 태어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너도 맘만 먹으면 배울 수 있어."《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A와 B가 함께 하는 부서 회식 회식 자리가 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관리자분이 B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시며 물으셨다.

"B야 힘들지?"

"아니요...."

"세상 사는 게  다 그렇더라. 네 멘토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성격이 급하고 말이 좀 쎄. 너랑 업무 스타일이 다르고 상처 주는 말도 하겠지만 그 말에  의미 두지 마라. 너는 너만의 장점이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마. 시간이 지나면 네 멘토도 너의 진짜 모습을 알고 인정해 줄 거야."


B는 자기 일을 묵묵히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성향이 달라 B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멘토도 B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자신이 B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워보니 내가 낳은 아이들도 각자 성향이  달랐다. 성향이 다른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키우려 하지만, 가끔은 같은 기준으로 획일화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A와 B는 성향이 다를 뿐 누가 더 우수하거나 못하지 않았다.  성향이 다른 A와 B를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평가하는 B 멘토의 시선은 혹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영어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언어적 성향과 습득 능력이 다르다. 어떤 아이는 꾸준한 언어 습득 능력과 표현 능력을 가지지만, 어떤 아이는 긴 언어 정체기를 가지다 한 번에 폭발하듯 언어 표현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의 경우를 '영어를 잘하는 아이'라고 평가하고 후자의 경우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 '영어에 소질이 없는 아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교육한다. 다른 성향의 A와 B가 각자의 방법으로 직장에 적응했듯 아이들도 각자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학원에 간다. 아이마다 다른 언어적 성향과 습득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어학원에서 모든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영어학원뿐 아니라 공교육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많은 아이들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나의 교육기관에서 제공하기는 어렵다.


우리 아이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부모일 것이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를 못 깍듯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가르치기 힘들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표를 선택한다.



자신의 아이를 교육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영어의 재미를 알려주고,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는 아이표 영어로 이끌어주는 건 어떨까? 부모가 영어를 가르쳐 준다는 생각보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와 부모를 위한 진정한 엄마표 영어의 모습이 아닐까...


'누구나 나비넥타이를 맨 시인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라는 또또가 형의 말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로서, 누군가의 멘토로서, 선배로서 상대방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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