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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Sep 17. 2020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없다

대학에 입학하며 처음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대학 입시를 마치고 시작한 영어 과외가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나의 첫 학생은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문법과 독해 위주의 영어공부를 했던 나는 내 첫 학생에게 내가 배운 대로 문법과 독해를 가르쳤다.


엄마표 영어를 하며 모든 영어의 시작은 듣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당시 내게  영어는 문법과 독해를 공부하고 무조건 외워야 하는 학습 과목 중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대학을 졸업 후 얼마 동안 영어학원에서 다시 아이들을 가르쳤다.  대학을 막 졸업한 풋풋한 영어 선생님을 아이들은 참 잘 따랐다. 그때도 나는 영어는 문법과 독해가 전부인 줄 알았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해왔던 공부가 문법과 독해가 전부였으니 나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끔 초등학교 저 학년생 수업에 영어동요나 게임을 활용했었는데, 아이들이 참 즐거워했고 그런 수업시간은 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문법과 독해 위주의 영어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기존에 내가 배웠던 영어교육 방식대로 나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전부라고 알고 있는 문법과 독해가 언어로서의 영어 구사 능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인 나도 듣고 말하는 게 안되는데 아이들에게 또다시 듣기와 말하기를 무시한 채 문법과 독해만을 가르치는 게 계속 마음속에 걸렸지만 누군가 나중에 바꾸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난 예전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었다.


애초에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  따위는 없다. <중략> 존재하는 것은 '가끔씩  특정한 일과 관련하여할 일을 미루는 누군가'이다. <중략> 당신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그게 당신이 하는 행동에 불과하다면, 다른 행동을 하면 된다. 《내 인생 구하기》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부모가 되었고, 아이를 보며 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 존재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잘못되었던 영어교육 방식을  바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하겠지' '내가 전문적인 영어 선생님은 아니잖아.' '나라에서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겠어?' 이런 생각들로  미뤄두었던 영어교육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다시 꺼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그동안 내가 해온 잘못된 영어교육 방법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영어교육 방법이 아닌 엄마표 영어라는 교육 방법을 결심했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그동안 미뤄두기만 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영어동요를 듣고 따라 부르며 중. 고등학교 6년 동안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영어 듣기로 영어를 시작했다.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닌 살아있는 구어체 문장을 아아 이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엄마표 영어를 하며 기존의 영어교육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정말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결과를 보고 싶다면 당신 쪽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뻔하디 뻔한 잠재의식을 직면해야 한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정서적 정지 화면을 깨고 나가야 한다. 미지의 것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절대. 《내 인생 구하기》


'영어는 언어니까 우리말과 같은 방식으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엄마표 영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혼자서 영어를 들려주고 말을 걸면서 수시로 두려움이 찾아왔다. '아직 우리말도 완벽하지 않은데, 우리말과 영어를 혼동하면 어쩌지?''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수시로 밀려왔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애한테 무슨 영어 조기교육이냐며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정지 화면을 깨고 나왔다. 당시 낯설기만 했던 엄마표 영어라는 미지의 세상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발 한발 걸어갔다. 그렇게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기존의 학원식 영어가 아닌 엄마표 영어를 해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 덕분에 아이들은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내게 생각지 못한 선물이 되어주었다. 도전을 두려워하고 안전지대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는 성향의 나에게 엄마표 영어라는 낯선 시도가 없었다면, 19년의 엄마표 영어와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로의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엄마표 영어 선배들이 가본 길이지만 시작은 언제나 두렵다. 이중언어 습득에 대한 부작용도 걱정스럽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안전지대에 머무른다면 우리가 해온 방식과 결과를 우리의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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