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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Sep 08. 2020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은 사랑입니다

“와, 대단하다~, 잘하는 줄은 알았는데 저 정도였어?”


유치원 행사 때 아이가 ‘미국 독립선언문’을 영어 원문으로 외워서 발표한 날이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 뭘 발표한다고는 했지만 나도 ‘미국 독립선언문’인 줄은 전혀 몰랐다. 집에서 나와 함께 연습하거나 외운 적도 없었다. 아이 혼자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틈틈이 외운 것이었다.


“집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했어요? 외국인한테 따로 개인 지도받았죠?”

나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빛은 영어공부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과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라는 의심이 가득해 보였다.



엄마표 영어로 성장한 우리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걸 아주 즐거워했다. 영어와 우리말을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고 외국인들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미국 독립선언문을 영어로 외워 낭독하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도 많은 학부모들이 바라보는 무대 위에 혼자서 였다.



엄마표 영어를 하며 나는 아이들과 스킨십을 많이 했다. 영어책을 읽어줄 때면 품에 두 아이들을 꼭 안아 주었고 영어로 노래하고 춤추며 놀 때도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많았다.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거나 책을 읽을 때면 칭찬과 긍정의 피드백도 듬뿍해주었다.


집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도 영어로 말하는 어린아이들이 신기했던지 어딜 가나 칭찬을 많이 받았다.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정당한 행동에 대한 칭찬은 아이의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엄마랑 영어로 책을 읽고 노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직장 때문에 아이들 학교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는 엄마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엄마는 직장 가야 돼서 바쁘잖아요. 괜찮아요.~!” 늘 미안해하는 내게 아이들은 먼저 위로했다. 학교 숙제도 엄마에게 미루는 법이 거의 없었다. 잘하든 못하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엄마표 영어를 하며  받았던 오해 중에 하나가 '영어 홈스쿨링'이나 '조기 영어 교육을 하는 극성스러운 엄마'라는 곱지 못한 시선이었다.  아이를 너무 싸고돌지 말고 혼자 놔두라고 직접 충고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아기의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과 스킨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를 하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했다. 그렇게 사랑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형성하고 자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19년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음이 다행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나는 학교에서만은 천사였다. 한 번도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보다 더 조그만 애가 없었기에 나는 모든 여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중략> 나는 이토록 다정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착하게 굴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가족의 학대와 주위 사람들의 편견으로 스스로를 말썽꾸러기에 악마라고 생각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속 주인공 제제는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찾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생님들의 칭찬과 긍정적인 사랑의 피드백 덕분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글자를 빨리 익혔지만 제제의 집에서 어느 누구도 칭찬이나 적극적인 긍정의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고 누구보다 예쁜 마음씨를 가지고 있던 제제였지만 가난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학대와 무관심을 당연시했던 가정에서 제제는 어떤 자존감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세실리아 선생님은 보석 같은 제제를 알아봐 주셨고 표현 주셨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의 사랑과 표현은 제제에게 좋은 학생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와 자존감을 심어 주었다.


이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가져다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이를 키우며 어렸을 때 형성된 '자존감'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존감을 가진 아이로 키울 수 있다면, 아이 스스로 물을 먹게 하는 충분한 동기부여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자존감은 비싼 옷이나 좋은 음식을 사준다고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과 근거 있는 칭찬을 주었을 때 아이들 스스로 최고의 자존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또한 아이 스스로 가진 자존감은 부모에게 아이를 신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세실리아 선생님의 칭찬과 사랑이 제제에게 자존감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었듯,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는 서로에게 자존감과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시작한 엄마표 영어는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엄마표 학원이 아니었다. 아이와 더 많이 부대끼고 소통하는 성장의 과정이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빠이자 친구 같았던 마누엘 발리 다리스는 주인공 제제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사랑을 가르쳐 준 또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악마라라고,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제제에게 커서 만물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해 주었다. 제제는 매일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에게 뽀루뚜가( 마누엘 발리다리스씨를 부르는 제제의 애칭) 씨와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사랑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자존감을 찾고 성장해간다.


어렸을 때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으며 어렸을 때와는 다른 부모의 시각으로 책을 읽게 된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아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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