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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슈슈 Jun 21. 2024

행복은 가까이에

행복이란 무엇인가. 마치 학창 시절 “커서 뭐가 될 것이니?”라는 질문을 받은 듯 막연한 생각이 들곤 했다.  

책 <자기 삶의 철학자들> 중 노은님 화가는 인터뷰에서 행복이란 단어의 뜻을 날것으로 표현한다.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어릴 적 행복은 무언갈 이루거나 무엇이 되어서야 갖는 좀 더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은 오늘 하루 중 ‘숨바꼭질’이나 ‘보물찾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마음먹기 따라서 찾을 수도 못 찾을 수도 있는 것. 계속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같은 것. 찾아도 특별히 화려하거나 엄청난 것은 아니지만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것이거나 마음이 뜨뜻해진다면 그게 행복이다. 

<비염인의 콧물 범벅 벚꽃 러닝>

 아침에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며 부랴부랴 운동복을 입은 채로 교문 앞까지 우리 집 두 꼬맹이를 배웅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안양천까지 슬슬 걸어가니 안양천에 벚꽃길이 펼쳐진다. 아직 만개하진 않았지만 하얗고 뽀송한 꽃봉오리를 반쯤 열어 벚꽃길을 새하얗게 만들어 놓은 모습이 그야말로 ‘꽃길만 걸으세요’다. 벚꽃 잎이 떨어진 주단 위로 걸으면 결혼식에 입장하는 새 신부 마냥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설렘도 느껴진다. 

 벚꽃 나뭇길 아래에서 봄 내음을 폐 속 깊이 밀어 넣고 천천히 달리기를 해본다. 숨이 턱 끝까지 찬 순간 머리를 위로 들어보니 파란 하늘 아래 그냥 새하얀 ‘봄’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기고 따스한 봄에 몸을 맡겨 봉우리를 틔우는 꽃을 보니 매년 보는 벚꽃이 반갑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날씨 좋은 날 길에 멀뚱히 서서 꽃나무를 보며 계절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행복인가 보다.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것, 다시 만난 봄이 고맙다는 것, 아이들을 배웅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 오늘은 벚꽃나무 아래에 숨겨져 있던 보물 쪽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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