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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행 May 08. 2020

[책 기록] 아몬드_어린 감정들의 틈

 밑줄 긋고, 책갈피 / 손원평 '아몬드'


집에서 한가하게 낮잠이나 자고, 하루 종일 책 읽는 게으름이 허락된 요즘.

SNS로 재밌다고 야단 난 책 한 권을 동네서점에서 구입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 그게 바로 너로구나!'


‘아몬드’  

작가 : 손원평

출판사 : 창비

디자인 : 윤정우

일러스트 : 0.1 (0choo1.tumblr.com)


한 소년이 있다. 태어나기를,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채로 세상에 나왔다. 그의 병명은 감정 불능증. 머릿속의 감정을 느끼는 영역이 아몬드 크기만큼 아주 작게 태어났다. 그런 그를 사랑하는 건 눈물 많은 엄마와 늙은 할머니뿐이다. 그에게는 그의 가난한 감정을 가르쳐주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러던 그의 생일날, 두 엄마는 끔찍하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게 되고, 혼자 남겨진 소년은 또래의 격동의 감정들을 품은 사춘기 친구들과 가까워진다. 소년은 앞으로의 남은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우리에게 감정을 느낀 다는 것은, 공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① 프롤로그

소설의 프롤로그를 읽을 때면 스포를 당하진 않을까 싶어 망설임이 드는 카테고리인데 이 작품의 프롤로그는 독자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 같았다. 결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결말은 알 수 없다고 짚고 넘어가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짧고 간결하면서 강한 메시지가 담긴 첫인상은 작가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② 본문

손원순 작가님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연출 전공과 각본을 쓰신다. 감독으로서 제작한 영화 ‘침입자’가 이번 5월 21일에 개봉한다는 것은 TMI. 그래서 그런가?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영화를 읽어나가는 듯했다.

특히 글의 구성이 독특했다. 시간과 공간의 전환 시 문단 앞에 순번을 매겼다. 어쩌면 시나리오 쓰는 방법일까? 별 다른 접속사 없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마치 암전 후 다른 장면으로 이어지는 영화가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었다.  글의 구조도 인상 깊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경계는 아주 선명하지만 그 순서가 섞이며 전개되었다. 그런데도 구성에는 리듬감이 있어 오히려 더욱 이야기에 몰입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온 힘을 쏟았던 나의 어리석고, 멋모르던 유년기가 떠올랐다.

너무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할 때면 스스로 무던한 사람이 되었으면, 많은 감정들이 버겁고 차라리 없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공포, 불안이라는 기본적인 감정부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사랑까지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감정의 폭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개인적인지 또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읽어가는 내내 감정을 느끼는 나조차도 그의 악의 없는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많은 의미 속에서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으면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닌 취미로서 책을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



․ 내가 편집자라면

이 책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금세 읽어버렸다. 개인적으로 몰입감과 단시간에 읽게 된다는 장점을 살려서 책 표지를 더 가볍게 제작해서 이동하면서 혹은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 편하게 제작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의 장점을 잘 이해하는 것이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것 같다.     

 

① 책의 얼굴  

주인공의 특성을 반영하는 무표정한 일러스트와 둥글둥글하지만 단순한 폰트

일러스트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주인공의 ‘표정’에 더욱 집중이 되었다. 만약 사진 이미지를 사용하였다면 그의 헤어스타일, 얼굴형, 옷 등을 통해서 개인적인 나의 취향이 주인공에게 선입견을 주었을 것 같다.      


② 책의 뒷모습  

첫 줄 - 영화보다 강렬한, 드라마처럼 팽팽한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탄생!

개인적으로 뒷면의 추천사에서 ‘누가’ 추천사를 썼는지를 주목한다.  

아는 작가가 있는지 보고, 그 사람의 추천사만 골라 읽으면서 이 책이 내 취향과 잘 맞는지 살펴본다.      

아몬드에서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님, ‘최종병기 활’, ‘터널’을 연출한 장원석 PD님의 추천사를 읽었다. 영화와 밀접한 사람들의 추천사에 조금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지해주었다.      


③ 책의 날개_작가의 소개

작가의 소개는 두 줄 정도만 읽으며 작가의 인상만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날개도 이 책이 나의 취향에 맞을지 고려해보기 위해 읽는다. 여기에서도 책과 영화의 관계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영화의 오락적 측면을 떠올리며 더욱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간략 후기     

① 이 책이 가진 잼

몰입도가 마치 영화처럼!

등장인물들이 개성이 강하고 특히나 서사에 긴장감이 넘친다.

자신이 괴물이라 느껴지는 사춘기를  겪었다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이다.     


② 이 책이 가진 스읍

문득문득 대사들이 글로 읽어서 그런지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배우의 연기 대본을 내가 연기해서 읽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낯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불같은 청소년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있는 감정 어린 대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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