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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행 May 24. 2020

[전시 리뷰]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이미지와 오브제 , 우리는 보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어릴 적,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하던 날

교과서 쪽수를 보려고 핀 책 귀퉁이에는 아주 거대한 돌이 바다 위에 떠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한 하지?! 그것이 르네 마그리트의 첫인상이었다.


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인사이드 마그리트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주제 : 초현실주의 미술

기간 : 2020.04.29(수) ~ 2020.09.13 (일)

장소 : 안녕인사동

시간 : 10am~8pm

*휴관일 없음

*플래시 없이 사진, 동영상 촬영 가능



전시는 시간에 따른 그의 화풍의 변화에 따라 작품을 설명해준다.

마그리트에 대한 설명으로 전시가 시작되는데 그의 생애와 말하고자 한 바를 읽어가며

한 창작가에게 작품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여러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우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의 배반'그림이다.

이미지의 배반

그림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였다.

파이프가 아니면 무엇일까? 답은 바로 이것은 파이프가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이다.

말장난 같이 들리지만 사실 우리는 이 파이프를 피울 수 없다. 고로 파이프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파이프'라고 한다.

우린 이미지를 사실이라 느끼고, 그렇게 느낀 것을 진실로 기억한다.

비단 이미지뿐만 아니라 서로가 나누는 대화, 규칙, 감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생각하게 했다.   



'오브제'

왼_레슬링 선수의 무덤, 오_청취실


방안에 큰 꽃과 큰 사과가 한가득 채워졌다.

현실에서는 작은 물체가 방을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를 한 것을 보니 생경하게 느껴진다.

마치 어린 동생이 아끼는 인형 집에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보관한 비밀 보물 같았다.

여러 생각을 하다 작가의 의도는 뭘까 하며 찾아봤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한다



작가는 사실 의미 없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이 생각하길 원했다고 한다.




'모자 쓴 사내'


사과로 얼굴을 가려서 표정을 못 읽게 하더니

나중엔 아예 눈 코 입만 그린 그림을 보고 너무 웃겼다.

같은 오브제를 또 다르게 표현한 작가의 창조성이 정말 신선했다.



'빛의 제국'

이 작품도 굉장히 신선하고 놀라웠다.

땅과 가까운 곳은 밤이어서 전등이 켜져 있지만 하늘은 낮으로 환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꽤 위로를 받았다.

종종 내가 조용한 사람이라 주변에서 걱정을 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듣곤 했는데

밝은 낮과 조용한 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자마자

이것이 내가 그들에게 항상 말하고자 하는 바였던 것 같았다.



이러한 빛의 제국을 더 감각할 수 있게 영상으로 둘러싼 미디어 아트 공간도 있다.

깜박거리는 전등과 흘러가는 구름은 정말 내가 그 공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외에도 그의 입체주의적 그림들 , 만화적인 그림들, 또 그가 촬영한 영상들까지

마그리트에 대해 정말 세밀하게 알려주는 전시였다.


전시 안에는 작품과 관련된 포토존도 마련되어있고,

직접 작품 속에 들어가 보는 체험들과 앱을 이용하여 증강현실로

우리의 공간 속에 작품이 들어오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따라 마지막 전시로 들어오면,  

커다란 공간에서 끊임없이 마그리트의 작품이 나오는 미디어 아트도 만나게 된다.


전시의 길이가 길고, 마그리트와 작품에 대해서 밀도 있게 설명해주는 좋은 전시였는데

실제 전시장 안에 사람들도 많아서 레알 밀도가 체감으로도 높았다.

전시를 끝마치고 나와보니 머리도 몸도 다 지쳤다.

전시를 보러 갈 때 너무 많은 일정을 세우고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을 보고 난 후


마그리트 그림은 전체적으로

'네가 아는 게 진짜 아는 거라고 할 수 있니?'

'네가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니?!' 이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지

이미지에 대해서, 우리의 생각에 대해서 고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점점 편리하고 간편화를 추구하는 요즘, 좋은 화두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릴 적에는 바다 위에 돌이 떠있는 것이 놀라웠지만

저번 어벤저스에서는 마을도 하늘 위로 떠있는 것을 본 터라

CG 같은 그림들이 익숙해져 버린 것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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