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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Nov 28. 2020

굳이 나를 정의할 필요는 없으니까

명함 없는 나의 이야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웃대던 게 벌써 2-3년쯤 흘렀다. 

서점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책처럼,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구절처럼 내 글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조건 글이 아니라도, 마음이 전해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취향이 아니라 이것저것 관심 있는 장르가 너무 많았다.

공부도 평균, 그림 그리기도 음악도 좋았고, 글 쓰는 법도 배웠다. 영화에 푹 빠져 살고, 말하는 게 좋아서 방송 일에도 도전했다. 사회와 문화 예술을 막론하고 여기저기 귀를 기울였다. 이제 보니 대학 시절에도 전공 공부보다 교양 수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구나. 좋아하는 게 많아서 일자리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난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말고, 이것 저것 다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거야." 


이 말을 아주 부정적으로 꼬아서 들으면, 결국 뭐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뜻이 된다. 

취미는 무궁무진해도 전문 분야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그리고 아직도 나를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유튜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이름 앞에 수식어가 달린다. '현직 마케터가 알려주는 OOO',  'O 년 차 승무원의 일기',  'OO직장을 때려치운 이유' 등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독자 혹은 시청자 입장에서 이런 '일적인 수식어'는 신뢰도가 올라가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한 마디로 정의해 줄 수 있다는 좋은 역할을 한다. 또 그만큼 다양한 직업과 생활 방식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누군가를 가장 잘 설명하고 기억할 수 있는 장치니까. 콘텐츠에 나오는 그가 하는 일이 내 관심 분야라면 괜히 한 번 클릭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나는 그냥 나였으면 한다.

이 곳에 글을 게재하길 망설였던 이유도 나를 어떤 이야기로 써 내려가야 할지 몰라서였다.

나도 직업이 있고 명함에 직함이 쓰여 있긴 하지만 그 몇 단어로는 절대 나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그 이야기를 쓰는 나는 대체 누구인지. 나 조차도 설득이 되질 않으니 나의 글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를 쓸 용기가 없었다.


'뭘 쓰고 만들기보다 우선 나부터 찾자'

이 생각으로 미뤄오다 보니 벌써 계절이 4번 이상은 바뀐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또 새해가 올 것 같아서 나를 정의하는 일은 때려치우고 일단 쓰기로 했다.

여기서 나는 그저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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