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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Oct 25. 2022

"처음부터 널 사랑했어, 조."

영화 <작은 아씨들>





"제가 느끼기엔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어요. 여자에게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너무 외로워요."


극 중  마치(시얼샤 로넌) 울먹거리며 내뱉는 대사가 심장을 쳤다. 여성으로서 주체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야망도 있지만 사랑도 필요하다는 마음이 낯설지 않아서다. 더구나 내가 닮고 어 했던 강인한 캐릭터인 그녀조차 어쩔  없이 여린 구석이 있다는  내겐 약간의 안도감을 줬다. 혹시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누구나 그럴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종의 결핍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모두에게 사랑이 필요함은 당연하다는 것 알면서도 조의 대사를 통해 새삼 동의하게 된.




영화 <작은 아씨들> 동명의 소설의 원작이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은 미국의 대표 문학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유  하나는 '공감' 것이다. 어느 소녀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장 깊은 내면의 감정을 다독일  있다는 . 소설이 사랑받고 시대를 거듭해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 역시, 같은 이야기지만 어느 시대에 봐도 모두가 공감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문의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 다른 성격으로 통통 튀는 인물들이다.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허영기가 있긴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성실한' 메그, '날카로운 회색 눈에 열정과 장난기, 진지함이 서려있는' 조, '조용한 말씨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베스, '백설공주형 소녀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이기심이 커지고 있는' 에이미가 그 넷이다. 이들은 재능도 제각각이다. 메그는 연기에 소질이 있고, 조는 책과 글쓰기라면 밤을 새는 열정이 있으며, 베스는 피아노와 음악, 에이미는 그림에 실력이 있다.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반짝대는  명의 소녀들을 보며 나와 닮은, 공감할  있는 구석을 발견할 때마다 그렇게 반가울  없었다. 심지어 '어쩌면  여성의 인생을 넷으로 조각내 놓으면 마치 자매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정도다.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소설을 읽을  인형 놀이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베스' 가장 좋았다. 이른바 '최애 멤버' 고르는 셈이다. 앞서 말했듯 지금의 '최애'  마치다. ( 닉네임을 '유마치' 지은 이유도 조와 마치 자매들에 대한 애정 덕분이). 사랑보다 꿈을 좇으며, 주체적이고 확실한 여성. 이십여 년간 세상의 요구와 나의 욕구를 엮으며 어찌어찌 살아온 결과 베스보단 조의 인격(?)이 내게 자리 잡은 것 같다. 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메그의 마음도, 질투와 애증이 섞인 에이미의 행동도 모두 한 번쯤 나를 지나쳐갔거나 다가올 캐릭터 절대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소설에선 영화보다 자매들의 좌절과 행복으로 가득 찬 장면들이  풍성하게 나오니 얼마나 밑줄을 그으며 봤는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없다.  




마치 가문만큼 북적대진 않지만 나 역시 자매가 있는 삶이란 축복을 받았다. 자매와 함께한 유년 시절이 있다는 건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행운이라, 이 작품의 장면 하나하나가 와닿는다.

그래서 <작은 아씨들> 마음에 사랑이 없을  꺼내본다. 세상을 온통 비관적으로 보게 되고 더 이상 누군가에게  사랑이 고갈됐을 때가 가끔씩 찾아오니까. 그럴  멜로 영화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영화  사랑 얘기'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있는  자매의 따뜻한 인생을 쳐다보고 있으면 다시금 스멀스멀 미소가 피어난다. 아차, 물론 거기엔 마치 가족을 애정 하는 다정한 '로리(티모시 샬라메)' 있다. 영화를 보며 '이건 내가 평생 아끼게  작품이겠구나' 느끼게   장면들에는 로리가 빠지지 않는다. 조와 함께 추는 기막힌 댄스와,  힘을 다해 청혼하는 모습. (로리가 조금만 더 조를 기다려줬길 바란다면 내 욕심이겠지?.) 네 자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로리와 로렌스 씨, 그리고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더욱 반짝반짝 빛난다.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너도 날 사랑하잖아"

"진심이 아닐 거면 대답하기 싫어"






원작자 루이자 메이 올컷, 감독 그레타 거윅, 배우 시얼샤 로넌이 전하는 <작은 아씨들> 이야기는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극 중 인물들에 대한 '공감' 바탕으로. 아마 이후에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내들겠지. 조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마치를 따라잡고 있는  같다" 말했다. 조처럼 힘차게 뛰어다니며 자신이 이루고 싶은 원대한 꿈에 몰두하고, "사랑 따위 필요 없다" 외치지만 사실은 아주 외면하지는 못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작은 아씨들.  또한 그중  명으로서  마치의 인생을 따라가고 싶음과 동시에 그에게서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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