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낮은 고백
오전 일곱 시.
글을 올리자마자
화면 너머에서 나를 마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입니다.
누군가는 고단한 하루를 마친 깊은 밤에,
또 누군가는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의 정적 속에서
조용히 내 글을 엽니다.
그 흔적을 볼 때마다
나는 매번 멈춰 섭니다.
그리고 마음이 낮아집니다.
당신이 내 글 앞에 머무는 그 시간은
결코 우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려는,
당신의 가장 진실하고도 외로운 ‘생의 시간’입니다.
그 귀한 시간을 내어주는 당신 앞에서
나는 매일 마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온 168편의 글.
그 동력은 단 하나였습니다.
당신의 기다림.
내 글의 길에는 이런 풍경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 귀촌의 소박한 풍경
•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서글픈 진실
• 장애인과 함께하며 배운 겸손
• 아내를 향한 뒤늦은 고백
• 그리고 68세, 은퇴 이후의 고요한 시간들
이 이야기들은 내 삶의 지도이지만,
동시에 당신을 향해 내민 간절한 손길이었습니다.
30년 취재 현장의 기억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칠 때도
나는 늘 당신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내 이야기가 단순한 ‘남의 삶’이 아니라,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원고지 일곱 매를 넘기지 않으려 문장을 깎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버리고,
문단을 자주 나누는 것은
내용이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글을 읽을
당신의 피로한 눈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지친 당신이
내 글 앞에서만큼은 편히 숨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올리기 전,
나는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2분, 혹은 3분.
당신이 내게 허락한 그 짧은 시간은
어쩌면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마지막 한 모금의 산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압니다.
당신의 3분은
나의 30년보다 무겁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나는 당신의 마음을 살피듯 문장을 놓습니다.
브런치에서 다른 이들의 글을 읽을 때,
나는 문장보다 그 뒤에 선 사람을 봅니다.
행간에 고인
‘작가의 망설임’을 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나의 고백이 읽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을까.”
그 망설임은
독자에 대한 지극한 존경의 다른 이름입니다.
나 또한
청소년기의 거친 기억을 꺼낼 때도,
아내의 암 투병을 기록할 때도
똑같이 흔들렸습니다.
에세이는 단순히 느낀 대로 쏟아내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감정은 정직해야 하지만,
그 정직함이 누군가를 베는 칼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배웠습니다.
글은 내가 씁니다.
그러나 완성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멈췄다가 다시 씁니다.
지웠다가 다시 적습니다.
당신이 머물 자리를
깨끗하게 비워두기 위해,
나의 문장을
낮추고,
낮추고,
또 낮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