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의 골목, 그리고 에그타르트

우리도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by 최국만


구룡반도에 밤이 내려앉으면

홍콩의 마천루는 한 편의 거대한 무대가 된다.


유리벽마다 불빛이 번지고,

건물들은 서로를 비추며 빛을 주고받았다.

15분 동안 이어진 조명 쇼는 화려했지만,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불빛이 아니었다.


빛이 꺼진 뒤,

어둠 속에 남아 있던 골목이었다.



홍콩에 온 지 이틀째 아침.

아이들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조용히 숙소를 나섰다.

어제 우연히 들렀던 작은 가게가 마음에 걸려 있었다.

문득 다시 가보고 싶었다.


간판도 화려하지 않았고,

사진도 없었고,

관광객을 부르는 말도 없었다.


오직 한 가지 메뉴,

에그타르트.


“굿 모닝.”

“굿 모닝.”


그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선택이 없었다.

오직 타르트만 있었다.


“아 유어 재팬?”

“노, 아임 코리언.”

“쏘리… 아이 노 유어 재퍼니즈.”

“돈 워리. 유 아 웰컴.”


짧은 웃음,

짧은 대답,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가게는 손바닥만 했다.

홀은 두 평 남짓.

그러나 그 안은 놀라울 만큼 정갈했다.


조리대는 반짝였고,

도구들은 가지런했고,

기름 냄새 대신 따뜻한 버터 향이 감돌았다.


남편은 7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여름인데도 작은 벙거지 모자를 쓰고

회색 토시를 낀 채 조용히 움직였다.


아내는 하얀 머리를 반 단발로 단정히 정리하고

얇은 블라우스 입은 채 계속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오븐 문이 열릴 때마다

달걀과 버터가 섞인 향이 골목으로 퍼졌다.

타르트 윗면은 윤이 났고,

아래의 페이스트리는 바삭하게 부서졌다.


우리는 다섯 개를 주문했다.

기다린 시간은 약 20분.


그 20분이

홍콩 여행의 어떤 순간보다 깊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일에 쫓기지도,

일에 짓눌리지도 않은 몸짓이었다.

일이 삶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남편이 무언가를 말하면

아내가 웃으며 답했다.

중국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호흡은 선명했다.


그들은 서로를 재촉하지 않았다.

서로를 증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란히 서서 하루를 보냈다.



종이봉투가 아니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타르트를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단순한 빵이 아니라

노후의 온기와 정성이 들어 있었다.


“시에, 시에.”


문을 나서며 아내가 말했다.


“여보, 우리도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일하니까 더 건강해 보이네.”

“참 보기 좋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 또 그 집 갔어?”

“정말 맛있어.”


아이들은 맛을 기억했고,

우리는 모습을 기억했다.


홍콩 여행의 기억은

불빛이 아니라,

그 골목의 두 노부부로 남았다.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나와 아내는 그들만큼 늙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분들은 지금도 그 골목에서

타르트를 굽고 있을까.


어쩌면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가게를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본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 부부의 마음에 오래 남아

조용히 길을 비추었다.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조용한 성실.

크게 빛나지 않아도,

오래 따뜻한 삶.


홍콩의 밤은 사라졌지만,

그 골목의 아침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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