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 취재 10년, 매포읍에서 마주한 뱀술 창고
지하 창고 사진을 본 순간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플라스틱 박스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술병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박스 안에는 뱀들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만 보아도
수백 마리는 넘어 보였다.
나는 바로 신입 PD를 불렀다.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니다.”
그도 사진을 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선배님… 규모가 엄청난데요.”
나는 잠시 계산을 해 보았다.
뱀은 약재나 보신용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수백 마리 규모라면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가까운 거래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바로 단양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잠복 장소
방송국 로고가 없는 봉고차를 타고
다시 매포읍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문제의 집은 여전히 조용했다.
2층 슬래브 집.
겉보기에는 평범한 시골 가정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 집 지하 어딘가에
엄청난 양의 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골목 하나 건너
맞은편 2층 양옥집에서 잠복하기로 했다.
다행히 집주인은 외지에 나가 있어
빈집이었다.
창문 하나가
문제의 집 대문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커튼을 조금 열어 두고
망원렌즈 카메라를 준비했다.
첫 번째 밤
해가 지자
골목은 금세 조용해졌다.
시골 마을의 밤은 빠르게 내려온다.
저녁 7시가 지나자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입 PD가 물었다.
“선배님, 저 집 사람이 언제 올까요?”
“밀렵꾼들은 밤에 움직인다.”
나는 창문 밖을 보며 말했다.
“기다려야 한다.”
밤 10시.
자정.
새벽 2시.
후배와 돌아가면서 2시간씩
눈을 붙였다.
아침 7시
후배가 깨운다
선배님, 아무 일도 없었어요.
개 짖는 소리만
가끔 골목을 울렸다.
잠복 취재는 원래 이런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기다림이다.
지난 십수 년간 나는 산에서
들에서, 민가 주택에서, 공장 부지에서
숱한 잠복 경험이 있다.
잠복 10일째
집 안 지하에 뱀은 확인했지만
구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좀처럼 취재가 진행되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다시 창문을 지켰다.
문제의 집은 여전히 조용했다.
낮 동안에도
그 집은 평범한 시골집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 집 지하에는
수백 마리의 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잠복 11일째
잠복이 시작된 지
11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몸은 피곤했고
눈도 충혈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창문을 떠날 수 없었다.
나는 신입 PD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때였다.
골목 끝에서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다.
차에서 남자 두 명이 내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지하 창고의 실체
우리는 다음 날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를 계속했다.
그리고 결국
문제의 지하 창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놀랐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박스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살아있는 뱀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뱀술이었다.
커다란 유리병 속에
뱀들이 담겨 있었다
어떤 술병에는 백사(白蛇)가 들어 있었다.
흰색 뱀을 통째로 담근 술이었다.
어떤 술병에는
흑질백장(黑質白章)이라 불리는 구렁이가 담겨 있었다.
검은 몸에 흰 무늬가 있는
커다란 뱀이었다.
지하 창고에는
이런 술병들이 끝도 없이 쌓여 있었다.
수백 병은 족히 넘어 보였다.
순간 머릿속 계산이 돌아갔다.
이 정도 양이면
단순히 개인이 담가 놓은 술이 아니었다.
대량 유통을 위한 뱀술 창고였다.
뱀을 잡아 술을 담그고
그것을 전국으로 유통하는
하나의 밀렵 산업이 그곳에 있었다.
취재를 하며
나는 창고 안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살아 있는 뱀이 수백 마리 있는 줄 알았을 때의
충격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술병 속 뱀들 역시
어딘가 산속에서
잡혀 온 생명들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밀렵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산에서 뱀을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십수 년 동안 밀렵을 취재하면서
나는 같은 생각을 반복해 왔다.
자연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현장을 기록해야 했다.
3부에서 계속…
(지하창고 취재기는 3부에서 더 자세히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