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11일, 지하에서 드러난 뱀술 창고
잠복을 시작한 지 11일째 되는 아침이었다.
단양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관들과 함께 매포읍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이미 그 집을 며칠째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도주할 가능성을 대비해
순찰차들이 골목 입구마다 배치됐다.
퇴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날 밤에는 취재를 돕기 위해
방송국에서 추가 인력도 도착했다.
나는 수사과장에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과장님, 이 집이 확실합니다.”
사진 속에는
지하 창고에 쌓여 있는 뱀술 병들이 찍혀 있었다.
수사과장은 잠시 사진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들어가죠.”
취재 준비
우리는 마지막 장비 점검을 했다.
ENG 카메라 1대.
6mm 카메라 1대.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캠코더 1대.
카메라 감독, VJ, 그리고 나.
세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움직였다.
집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점검이 진행됐다.
“카메라 OK.”
“와이어리스 테스트 OK.”
“테이프 확인.”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는 짧게 말했다.
“자, 들어가시죠.”
조용한 마을의 아침
아침 7시.
평소라면 닭 울음소리만 들릴 조용한 시골 마을에
경찰 순찰차와 방송국 차량이 동시에 들어섰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경찰이 왜 왔어?”
누군가가 말했다.
“KBS에서 나왔네.”
수색
경찰이 먼저 대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잠시 후 집주인이 문을 열었다.
수사과장이 말했다.
“밀렵된 뱀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확인을 좀 해야겠습니다.”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뱀이요? 그런 거 우리 집에 없어요.”
수사과장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확인을 하려는 겁니다.
집 좀 살펴보겠습니다.”
주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 그러세요.”
지하로 내려가다
수사관들과 취재팀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무선 마이크를 다시 점검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녹취해.
한 번 실수면 끝이다.”
“와이어리스 다시 체크.”
VJ가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아, 아… 매포 밀렵 현장.”
“마이크 이상 없습니다.”
나는 수사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저 따라오세요.
지하로 갑니다.”
그때 집주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거기는 아무것도 없어요.
내려가지 마세요. 그냥 창고예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으면 더 좋죠.
보여주시면 됩니다.”
10년 넘게 밀렵 취재를 하면서
나는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이럴 때는
망설이면 안 된다.
지하 창고
수사과장이 앞장서서
지하로 내려갔다.
철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지하에서 올라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으… 뱀 냄새다.”
수사관 한 명이 말했다.
그리고 창고 안이 드러났다.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창고 벽을 따라
유리병들이 줄지어 있었다.
50센티짜리 병.
30센티짜리 병.
대충 봐도
70~80병은 넘어 보였다.
수사관이 외쳤다.
“야… 이거 전부 뱀술이야.”
뱀술 창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한 병씩 촬영하기 시작했다.
병 속에는
온갖 종류의 뱀이 담겨 있었다.
흑질백장.
까치살모사.
능구렁이.
백사.
유혈목이.
밀뱀.
황구렁이.
말 그대로
뱀술 창고였다.
수사과장이 집주인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거 뭡니까.
밀렵된 뱀 아닙니까?”
주인이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 1호 땅꾼입니다.
몸이 좀 아파서… 뱀을 좀 잡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체포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박스 하나하나를 열어 확인했다.
그중에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말이 돌던
흑질백장 뱀술도 있었다.
약 10여 병이 발견됐다.
또 어떤 병에는
백사와 산삼을 함께 담근 뱀술도 있었다.
주인은 말했다.
“그거… 억대입니다.”
수사과장이 다시 물었다.
“이거 다 어디서 났어요?”
주인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돈 주고 산 것도 있어요.”
잠시 후
수사관 한 명이 다가왔다.
“현행법 위반입니다.
체포하겠습니다.”
수갑이 채워졌다.
수사과장이 말했다.
“이 물건 전부 경찰서로 옮겨.”
수백 병의 뱀술이
작은 1톤 포터 차량에 가득 실렸다.
마을 주민들이 수군거렸다.
“세상에… 우리 마을에서 저런 게 나올 줄이야.”
순찰차 문이 닫혔다.
집주인이 차에 올랐다.
우리 취재팀도
후속 취재를 위해 경찰서를 향해 출발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지하 창고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산속에서 잡혀 온 수많은 뱀들은
결국 술병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그 침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날 우리의 카메라가 해야 할 일이었다.
4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