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에서 적발된 대규모 뱀 밀렵 사건
단양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작은 1톤 화물트럭이 서 있었다.
트럭 적재함에는
지하 창고에서 압수한 뱀술 병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수사관들이 병을 하나씩 내려
유치장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나와 취재팀도
그 일을 함께 도왔다.
유리병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병 속에 잠겨 있는 뱀들이 술과 함께 흔들렸다.
약 30분 동안 옮기고 나니
경찰서 바닥에는 술병들이 줄지어 놓였다.
한 경찰관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야… 많기도 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총 197병이다.”
박스에 들어 있던 것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수사과장이 고개를 저었다.
“밀렵 사건 많이 봤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다.”
지하 창고에서 나온 뱀들
우리는 병 하나하나를 닦았다.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된 탓인지
병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병 안이 보이도록 닦자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흑질백장.
까치살모사.
능구렁이.
유혈목이.
황구렁이.
병마다 다른 뱀이 담겨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흑질백장이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귀한 약재로 취급되는 뱀이었다.
또 어떤 병에는
백사와 산삼이 함께 담겨 있었다.
보신용 술로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경찰은
이 뱀술 가운데 일부는
한 병에 2억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10억 원 규모의 밀렵
경찰은 A 씨가
시가 약 10억 원 상당의 뱀술을
불법으로 만들어 보관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단순히 뱀을 잡아 술을 담근 것만이 아니었다.
야생에서 포획한 뱀을
술로 담그는 것.
그 술을 보관하는 것.
그리고 마시는 것까지도
모두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했다.
경찰은 A 씨를
해당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뱀을 구입한 경로와 판매처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술병 속의 멸종위기종
병 속에는
더 충격적인 사실도 숨어 있었다.
길이 1미터 50센티미터에 달하는
구렁이가 발견됐다.
구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또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야생동물 보호종으로 지정된 까치살모사도 있었다.
어른 뱀뿐 아니라
새끼 뱀 수십 마리도 함께 발견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귀한 약재로 취급되는 백사도
무려 50여 마리가 술병 속에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 술병 하나를 만들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뱀이 잡혔을까.
경찰과 취재진의 계산은
대략 비슷했다.
이 창고의 뱀술을 만들기 위해
최소 1,000마리 이상의 뱀이 잡혔을 가능성이 컸다.
술병 속의 침묵
경찰서 바닥에는
197병의 뱀술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산속에서 잡혀 온 수많은 뱀들이
조용히 잠겨 있었다.
살아 있을 때는
숲 속을 자유롭게 기어 다니던 생명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리병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산속에서 잡혀 온 수많은 뱀들은
결국 술병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그 침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날 우리의 카메라가 해야 할 일이었다.
발행 예고
천연기념물 수달 밀렵, 밀거래 추적 4부작
어느 겨울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최 PD 님,
문경에서 수달을 잡아 거래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그 수달이 어떻게 잡히고
누구에게 팔리려 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게 된다.
밤의 강,
정치망에 걸린 수달,
그리고 밀거래 현장을 향한 급습.
10년 동안 밀렵, 밀거래 현장을 취재해 온
나의 카메라가 기록한 현장 취재 이야기다.
내일부터
“ 쳔연기념물 수달 밀렵. 밀거래 추적” 4부작을
차례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