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달을 잡는 집

문경의 밀렵꾼을 다시 마주하다

by 최국만

1부


전화는 뜻밖의 사람에게서 왔다.


“여기 경북 문경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한때 밀렵을 하다가

최 PD님한테 적발됐던 사람입니다.”


나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지리산 일대 밀렵 취재를 하다가

그를 현장에서 만났었다.


그때 그는

올무를 놓고 산을 뒤지던 밀렵꾼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밀렵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그의 사정을 들었고

몇 가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이후로

그에게서 연락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뜻밖의 제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제 완전히 손을 털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입니까?”


“계속 밀렵을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펜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내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강에 정치망을 설치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정치망은

강에 설치하는 큰 그물이다.


민물고기를 잡는 어구지만

잘못 설치하면

강에 사는 모든 생물을 잡아들인다.


그는 계속 말했다.


“그 그물에

수달이 걸립니다.”


순간

나는 몸이 굳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호받는 야생동물 중 하나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확실합니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확실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주소를 불러주었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

도로 옆 2층 건물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자기가 민물고기를 잡는 어부라고 할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덧붙였다.


“하지만 아닙니다.”




밀렵꾼이 제보자가 되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밀렵을 하던 사람이

밀렵을 제보하는 일.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밀렵을 하던 사람들 중에는

어느 순간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이 가장 중요한 제보자가 된다.


나는 수첩을 덮으며

조용히 말했다.


“문경으로 가야겠군.”




수달


수달은

우리나라 강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동물 중 하나다.


맑은 물에서만 살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수달이 사는 강은

대체로 깨끗한 강이다.


하지만 정치망에 걸린 수달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물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물속에서 질식해 죽는다.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여러 번 취재로 확인했었다.


그래서

이 제보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다시 시작되는 취재


나는 취재팀을 불렀다.


“문경으로 갑니다.”


카메라 감독이 물었다.


“무슨 사건입니까?”


나는 짧게 말했다.


“수달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을 잡는 밀렵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범죄였다.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번 취재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북 문경으로 향했다.


2부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1,000마리 잡아 만든 ‘뱀술’.. 1병에 2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