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 정치망을 찾아서

천연기념물 수달 밀렵을 추적하다

by 최국만

2부


밀렵은 본격적인 계절은 겨울이다.


대개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다.

산은 낙엽이 떨어지고, 동물들의 움직임도 줄어든다.

그때 밀렵꾼들이 움직인다.


그래서 겨울은

나에게 취재의 계절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절 함께 밤 산을 다녔던 작가와 후배 PD들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제보자의 말은 구체적이었다.


경북 문경 마성면.

산 아래 있는 외딴 2층 집.


그 집에

수달이 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너구리, 오소리, 그리고 수달.


특히 수달은

3년생 개체라고 했다.


밀렵꾼은

그 수달을 밀매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달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다.


그 말은

이 사건이 단순한 밀렵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는 뜻이었다.




칠흑 같은 밤


시골의 밤은

도시와 다르다.


빛이 없다.


그날 밤도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가로등도 없었다.


우리는 적외선 카메라를 챙겼다.


혹시 밤을 새울 수도 있어

야외용 취사도구도 준비했다.


차 안에서

후배 PD가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만 믿고 따라갑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결혼도 하셨는데

아이들하고는 아예 안 놀아주십니까?”


지금은

그 후배들이 모두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중간 간부가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이렇게 밤 산을 함께 다녔다.




산길


지금은 문경으로 가는 길이 좋다.


하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마성면까지 가려면

밤에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야 했다.


차가 산길을 오르자

나는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야, 미등만 켜라.”


잠시 후

나는 다시 말했다.


“거의 다 온 것 같다.”


그리고 취재팀에게 지시했다.


“카메라 파워 전부 켜라.

그리고 긴장해라.”




2층 집


제보자가 말한

2층 집이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번듯한 2층 집이 아니었다.


시골에서는

담배나 고추를 말리기 위해

흙집 위에 작은 다락을 얹은 집을


흔히 2층 집이라고 부른다.


아마

그런 집이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일단 집을 향해 카메라로 찍어라.”


그리고 덧붙였다.


“그냥 지나간다.

멈추지 마라.”


집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었다.


마당도

방도

모두 어두웠다.





집 앞에는

큰 강이 있었다.


우리는 조명을 켜고

주변을 살폈다.


강폭은

약 50미터 이상이었다.


수달이 살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정치망을 설치하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강물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밤 회의


그 칠흑 같은 밤에

우리는 긴급회의를 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다.”


우리는

사법권도 없었다.


수색영장도 없었다.


남의 집을

마음대로 뒤질 수는 없었다.


나는 취재팀을 바라봤다.


나, 후배 PD, 작가, 카메라 감독,

운전기사, 그리고 6mm VJ 두 명.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후배 PD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은 사전 답사로 만족하자.”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덧붙였다.


“내가 제보자와 다시 통화해 보겠다.”




철수


우리는 조용히 장비를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 산길을 내려왔다.


취재는

언제나 그렇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때로는 기다림이다.


그날 밤 우리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확신 하나는 얻었다.


문경의 그 강 어딘가에

수달을 노리는 정치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밀렵은


우리 카메라 앞에 드러날 것이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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