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밀거래의 밤,밀렵꾼의 집을 덮치다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밀렵 현장을 급습하다

by 최국만

4부


밀렵감시단 차량이 맨 앞에 달렸다.


그 뒤를

밀렵꾼의 1톤 포터가 따랐고

우리 방송국 취재차량 두 대가 뒤를 이었다.


차 안에서

우리는 조금 전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다.


잠복 장면.

급습 장면.

포터 화물칸에서 발견된 수달.


그리고

나와 밀렵꾼이 나눈 대화까지

모두 또렷하게 녹화되어 있었다.


우리 취재팀은

카메라 감독, 오디오 기사, 운전기사, VJ까지

모두 베테랑이었다.


이런 위험한 취재를

내가 자주 하다 보니

팀 전체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 취재가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명감이 없으면 이 일 못 한다.”




밀렵꾼의 집


차는 곧

밀렵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집 주변은

완전히 어두웠다.


가로등 하나 없었다.


나는 취재팀에게 지시했다.


“차 한 대는 도로에서 헤드라이트 상향으로 켜라.”


그리고 말했다.


“나머지 두 대는 마당으로 들어가서

집 전체를 비춰라.”


마당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나는 말했다.


“수달 밀렵꾼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정치망을 찾아야 한다.

그게 있어야 확실한 증거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이 집에는


수달뿐 아니라

오소리와 너구리도 잡혀 있었다.




수색


그날 현장에는


밀렵감시단 4명

우리 취재팀 6명


모두 10명이 있었다.


수색은

밀렵감시단이 맡았다.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뒤를 따랐다.


나는 밀렵꾼에게 말했다.


“밤도 늦었고 우리도 갈 길이 멀다.

정치망과 붙잡아 둔 야생동물 가져오세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잡지 않았어요.”


그리고 말했다.


“강가에서 고기 잡으러 갔다가

수달이 죽어 있길래 주워 온 겁니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했다.


“요즘 단속이 얼마나 심한데

그런 걸 누가 합니까.”


나는 물었다.


“그럼 집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는 체념한 듯 말했다.


“…얼마든지 보세요.”




정치망


수색이 시작됐다.


집 마당에는

쓰레기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집 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밀렵감시단원이 외쳤다.


“최 PD님!

여기 정치망 그물 있습니다!”


우리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길이 약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정치망 그물이 세 개 발견됐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었다.




창고


잠시 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최 PD님,

여기 와 보세요!”


나는 카메라 감독에게 말했다.


“야, 카메라 따라와.”


집 안쪽에는

작은 창고가 하나 있었다.


문을 열자

강한 냄새가 올라왔다.


조명을 비추자

동물 한 마리가 보였다.


“이거… 오소리 아니야?”


오소리의

앞다리는 덫에 걸려

이미 잘려 있었다.


그 옆에는

너구리 한 마리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밀렵꾼의 진술


나는 밀렵꾼에게 물었다.


“이제 얘기해 봐요.

당신 밀렵꾼이지.”


그리고 말했다.


“나 알죠?

지난번 문경 동로면 단속 기억하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오소리랑 너구리는…

약을 하려고 덫 놓다가 잡은 겁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수달은요?”


그는 말했다.


“나는 어부입니다.

강가에 정치망을 설치했는데

공교롭게 수달이 걸려 죽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10년 동안

밀렵을 취재해 온 경험이 있었다.


이 사람은

전문 밀렵꾼이었다.


나는 물었다.


“수달

누구한테 팔려고 했습니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압수


밀렵감시단이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인적 사항을 기록하고

증거물을 확보했다.


수달.

오소리.

너구리.


모두

압수 대상이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취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밀렵의 이유


수달이

남자의 정력에 좋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있다.


그런 이유로

밀렵꾼들은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잡는다.


나는 그날 밤

강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




취재 뒤에 남는 것


취재가 끝난 뒤

늘 허탈감이 찾아온다.


아마

그날 밤 함께 있었던

우리 취재팀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며칠 뒤

이 사건은


KBS 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밀렵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야생의 침묵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취재팀에게


그 시절

밤 산을 함께 다녔던


작가,

카메라 감독,

오디오 기사,

운전기사,

그리고 VJ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밤

함께해 줘서 고맙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도

자연을 지키는 작은 증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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