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미얀마에서 내가 본 사람들의 얼굴

이라와디강에서 배운 ‘비우는 삶’

by 최국만


연일 40도를 넘는 열기 속에서 우리는 미얀마의 한 승려학교 마당에 서 있었다.


충북 적십자 봉사단과 함께 장판을 깔고 화장실을 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쇠판 위로 떨어지는 햇빛은 마치 불덩이 같았다.


망치를 내려칠 때마다

땀방울이 장판 위로 뚝뚝 떨어졌다.


“이런 더위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나는 전혀 다른 얼굴의 미얀마를 보게 되었다.



욕심이 없는 얼굴


양곤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동차, 오토바이, 손수레가 뒤섞여

도시는 숨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시장 상인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뺨에 노란 가루를 발라 놓고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이 피부 보호를 위해 바르는 ‘다나까’였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하나 없는 시장.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짜증도, 조급함도 없었다.


적십자 유니폼을 입은 우리를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저렇게 평온한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가난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욕심이 없었다.




어린 승려들의 뒷모습


시장에서 어린 탁발 승려들을 만났다.


열 살쯤 되었을까.


붉은 가사를 걸친 채

낡은 조리 슬리퍼를 신고

말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 나이인데도

그들의 걸음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다.


하지만 그곳의 불교는

책 속 철학이 아니라 생활 자체였다.


“나를 비우면 세상이 가벼워진다.”


그들은 그 말을

이미 삶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닭과 송아지가 함께 타는 배


마지막 날 우리는 양곤강을 건너

달라(Dala) 마을로 향했다.


페리 선착장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곧 출항할 배는 거대한 철선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람들 사이에

닭이 있었다.


오리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 송아지까지 타고 있었다.


마치 노아의 방주 같았다.


배는 천천히

이라와디강의 흙빛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다.


사람과 짐승이 뒤섞인 그 풍경 속에서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평온했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비우면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다


달라 마을은 개발되지 않은 곳이었다.


도로도 거칠고

집들도 소박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미소가 있었다.


미얀마에서 보낸 4박 5일.


나는 그곳에서

이상한 역설 하나를 배웠다.


사람은 비우면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


이라와디강은

아무 말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을 따라

미얀마 사람들의 삶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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