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가 삼킨 강,우리가 잃어버린 물고기들

민통선에서 제주까지,생태계 교란의 슬픈 연대기

by 최국만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을 너무 쉽게 망가뜨리고 있다“


강원도 민통선 마을.

북쪽과 가장 가까운 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나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

철조망을 지나 출입 절차를 마치고 도착한 곳은 한적한 저수지.

그러나 그 고요한 수면 아래엔 ‘생태계 파괴자‘ 배스가 숨어 있었다.


1970년대,농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국내에 들여온 배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배스는 돈이 되지 않았고,오히려 우리 내수면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었다.

농어과의 육식성 어종인 배스, 입과 위가 직결돼 있어 ,마주치는 생물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그들의 표적은 주로 우리 토종 물고기들이다.

메기,꺽지,모래무지,잉어….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든 이름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배스의 실태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특허 받은 작살 장비를 가진 민간팀과 함께 민통선 저수지에 투입됐다.


1시간 남짓.

수초가 무성한 중층 수역에서 작살로 건져 올린 배스들은 20cm부터 60cm가 넘는 괴물 크기까지 다양했다.

단숨에 포대 4개가 채워졌다.


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토종은요? 메기나 꺾지 같은 건 안 잡히나요?”


나는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씁쓸했다.

“거의 없습니다.몇 마리 작은 것 말고는요.깊은 물에도 없고요….”


그날 저녁,우리는 읍네 매운탕집에 들렀다.

매운탕집 주인의 말은 더욱 씁쓸했다.


“옛날에는 그물만 던져도 토종 물고기가 많았어요.

요즘은 장사 자체가 안돼요. 고기가 있어야 팔죠…“


충북의 대청댐,충주댐,지방의 각종 저수지….

우리가 간 곳마다 배스가 있었다.

심지어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퍼져 있었다.


누가 퍼뜨렸는가?

일부 낚시꾼들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손맛만 즐기고 다시 방생하거나,

다른 지역에 일부러 방류해 번식을 유도한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취재 중 낚시꾼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본인도 잡은 뒤에 그냥 그곳에 놓아주거나 버리고 간다는 것이었다.


결국,정부는 “잡은 배스를 다른 장소에 방생하거나 이식하는 행위는 위법행위로써

2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지만

이미 전국은 배스의 강토가 되어 있었다.


최근엔 배스를 농업용 액비로 만들어 수거하고,

일부는 유럽으로 수출하기까지 한다.

퇴치보다 ‘활용’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검증만 했더라면 ,

수많은 내수면 생태계가 이렇게 황폐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배스 외에도

뉴트리아,붉은 귀 거북,황소개구리,블루길

이미 여러 외래종이 우리 생태계에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토종 생물의 삶터를 밀어내고,

생턔계를 무너뜨리며,

우리의 매운탕집,낚시터,

하천 생명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은 훼손은 쉬워도

복원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의 세대에까지 이어진다.


자연은 우리가 잠시 살다 가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배스 한 마리의 입속에서

나는 우리 인간의 오만함과 마주했다.


우리는 지금,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써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첫 문장은 ‘반성‘이어야 한다.


(다음 편에는 ‘가마우지’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