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달려 피워낸, 딸의 ‘꿈’이라는 훈장

“아빠, 저 대학원 졸업해요” 걱정으로 시작한 주경야독의 길

by 최국만


그날, 우리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딸의 대학원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 너머로,


지난 2년 6개월 동안 딸이 매일 밤 달려야 했던

그 위태롭고도 치열했던 길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아빠, 저 다음 주에 대학원 졸업해요."

딸의 그 한마디에 시계태엽이 거꾸로 감겼다.


처음 딸이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통번역 대학원에 다니겠다고 했을 때,

부모로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대견함보다 '걱정'이었다.



매사에 철저하고 집념이 강한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퇴근 후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버텨낸다는 것.

그것은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능하겠니?"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딸은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나, 할 수 있어요. 내가 세운 목표니까, 해낼 거예요."

그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만류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용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 또한 늦은 50대에 주경야독하며 느꼈던,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고 증명해 보이던

그 치열했던 시간의 기억이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의 일상은 딸의 하교 시각에 맞춰졌다.

밤 10시가 넘으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길, 흉흉한 뉴스들... 부모의 마음은 온갖 걱정으로 타들어 갔다.


"아빠, 주무세요? 저 지금 집에 왔어요."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안도감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가 들려올 때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맞추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여보, 집에 도착했대. 이제 우리도 자자."


그렇게 2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쌓여 오늘이 왔다.

졸업식장으로 향하며 아내가 나직이 속삭입니다.


"여보, 이렇게 멀어? 이걸 어떻게 매일 다녔을까…"

가슴 한구석이 찡해졌다.


학부 시절, 오직 도서관과 학교만을 오가며

전체 수석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졸업했던 아이.


이후 이스라엘 가자지구 봉사와 요르단 대사관 근무까지

자신의 지평을 넓혀온 딸이,


안정된 공직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가시밭길을 택해

묵묵히 걸어온 끝에 서 있는 자리였다.


드디어 졸업 가운을 입은 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사 졸업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저 가운의 무게는 단순히 학업의 성취를 넘어,

캄캄했던 밤하늘을 가르며 달렸던 수많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꿈을 향한 집념의 무게였다.


"우리 딸, 결국 해냈네."

아내와 딸, 그리고 나.

우리 셋이 함께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 딸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당당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는 다시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올 때 느껴졌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가슴속엔 묵직한 뿌듯함이 자리 잡았다.


딸아, 기억하렴.

배움에는 결코 늦음이 없단다.


네가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는 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단다.

오늘 네가 받아 든 그 졸업장은,


앞으로 네가 마주할 수많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거야.


사랑한다, 우리 딸. 너의 그 아름다웠던 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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