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을 붙잡고, 다시 살아내기 위해
나는 기록해야 했다.
죽은 동물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나는 내 안의 생명을 되묻고 있었다.
밀렵꾼의 눈을 피해 카메라를 분해해 감춘 채,
중국 연변의 쇠창살 안에서 쓸개즙을 짜내던 반달곰을 찍었다.
마취도 없이 철판을 박은 채 고통에 뒤틀리던 생명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기록했다. 눈물과 함께.
동남아의 가난한 골목에서,
굶주림에 밥을 주워 먹는 아이들의 모습도 내 영상에 담았다.
괴테의 흔적을 따라 독일 바이마르를 걸었고,
안데르센이 태어난 퓐섬의 골목에서는 내 청춘이 다시 아팠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기록이 곧 나라는 것을.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20년 넘게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며
누군가의 고통을, 억울함을, 삶의 절규를 담아야 했다.
촬영장 뒤에서 울먹이던 사람들의 표정은,
내 삶의 가장 큰 교과서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으면,
세상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묻는다.
“왜 쓰는가?”
그건 단지 ‘기억’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록은 나 자신을 붙드는 일이다.
무너질 듯 흔들리던 날,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다시 세상과 손잡기 위한 방식이다.
이제는 방송 현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나는 쓴다.
세상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목격한 자로서,
그리고 이제는 늙은 남편으로,
삶의 끝자락에서 사랑하는 이와 나누고 싶은 인간의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