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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Aug 18. 2019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지만 (3)

면허는 70%의 노력과 30%의 감각을 요구한다: 좌충우돌 면허취득기

 그날 이후로 저는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습니다. 유일한 무면허자이기도 했거니와 다른 이유도 아닌 역주행으로 단번에 실격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단톡방에서는 저의 면허취득 의지를 단념시키려는 온갖 회유와 협박(?)이 만연했습니다. 


공지만 봐도 단톡방의 가장 핫한 이슈였음을 알 수 있다.


30 넘어 자전거 겨우 배운건 맞는데 .. 운동신경 없는데 운동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니. 너무한 일반화아냐?
날 위해 면허를 손수 만들어주겠다는 좋은 친구1.. 내 사주도 볼 수 있는 좋은 친구2.. 
운전하는 나 = 사회악 ..
또 다시 사회악..
왜 저런 기사에 날 떠올리니..?
이런 짤 공유하지마..
그런 공지 하지마..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저는 급기야 제2의 ‘차사순’ 할머니로 비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차사순 할머니는 959번의 낙방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6년만에 면허를 딴 60대 할머니입니다. 불굴의 의지와 집념으로 면허를 딴 그녀는 면허를 따는데만 20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노력하셨다고 하죠.



 면허 학과시험의 최다 응시횟수자로 기록에 오른 그녀는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기프트카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차를 선물 받고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 중 차사순 할머니 편


 관련 캠페인 영상에서 할머니의 인터뷰가 나와요. 포기하면 안되지~잉. 포기하면 안한것보다 못하지~잉” 하는 구수한 말에 맘이 찡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할머니가 학과시험을 950번이나 떨어진 이유는 글을 모르셨기 때문이예요. 운전 이론보다 글을 배우느라 애를 먹으신거죠. 그래서 차사순 할머니의 의지와 노력은 더욱 대단한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성취 또한 엄청난 거구요. 비록 할머니의 집념을 본받겠다는 저를 친구들은 극구 말렸지만.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도로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곳입니다. 미숙한 운전자는 도로에서 너무나 위험한 존재죠.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등의 지자체에서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고령운전자의 사고율이 상당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죠. 그래서 지자체 별로 상이하지만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 지급 등의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차사순 할머니도 잦은 사고로 선물받은 차를 아들에게 넘겨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는 소식에 온 국민이 걱정하기도 했고요. 




 

 운전은 신중해야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강사님이 평가하신대로, 저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기 보단 조심스러운 타입이었습니다. 기본은 충족했으니 확실한 각오로 배우고 연습하다보면 가능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차사순 할머니에 비해 전 너무나 유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번, 두번, ... (생략) 추가 교육을 받았어요. 장내기능시험을 통과하게 될때까지요. 


 

교육을 받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면허 도전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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