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i Jul 02. 2017

11. 알고도 속아줘요, St. Mary 성당 (1)

폴란드 크라쿠프

크라쿠프 중앙역에서 구시가는 지척이다. St. Florian’s Gate로부터 뻗은 길을 따라 걸으면 구시가의 중심, 메인 광장에 다다른다. 그 길 초입에서부터 멀리 뾰족한 첨탑이 보이는데, 바로 크라쿠프의 유명한 성당. St. Mary’s Basilica 의 타워이다. 우리에게는 성모승천 성당 또는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불리우는 그 곳. 

 

알아차리지 못할 걱정은 안해도 된다. 



구시가의 가장 큰 천주교 성당 St. Mary’s Basilica Bazylika Mariacka


 이 성당은 13세기 초에 건설됐다. 그러나 14세기 화재로 소실된 대부분을 재건하면서 폴란드 고딕양식의 옷을 입게 되었다. 성당의 웅장함과 독특한 건축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성당이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는 것은 이 장소에 깃든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이다. 


왜 성당 타워의 높이와 양식이 다른가요? – 형제간의 경쟁심이 부른 비극


정면에서 바라본 St. Mary 성당. 왼쪽과 오른쪽 타워는 서로 닮지 않았다.

성당 남쪽과 북쪽의 타워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북쪽의 타워는(사진에서 왼쪽) 꼭대기가 첨탑으로 남쪽의 타워보다 80m가량 더 높다. 건축에서 대칭과 조화가 중요했던 당시에 어떻게 이런 괴이한 성당이 지어질 수 있었을까?


14세기 말, 왕위를 이어 받을 형에겐 놀기만 좋아하는 게으른 동생이 있었다. 동생에게 근처 소도시의 통치라도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형은 고민 끝에 성당의 타워를 함께 짓자고 제안한다. 각자 타워 하나씩을 맡아 누가 빠르게, 그리고 멋있게 세우는지를 대결해보자는 것. 형은 경쟁을 통해 동생에게 성실함과 책임감, 리더쉽 등을 가르치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웬걸. 형은 자신이 신중하게 짓고 있는 타워를 동생의 타워가 앞지르는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동생은 발군의 실력을 선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신하들은 동생을 새로이 평가했다. 형에게는 서서히 정치적 위태로움이 몰려온다. 확실하다고 여기고 있던 자신의 왕위 계승이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불안에 시달리던 형은 어느밤, 동생을 암살하고 만다. 그리고 머지 않아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만든 타워의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다. 서로 다른 모양의 타워는 현재까지 형제간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따로 또 함께,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야기를 알게 된 후 닮지 않은 두개의 타워를 바라보면 마음 안쪽이 싸해진다. 그러나 과도한 감정 이입을 할 필요는 없다. 모두 지어진 허구이기 때문이다. 크라쿠프 왕족에는 왕위를 놓고 경쟁한 형제가 있긴 했으나, 그들이 타워를 직접 지으며 경쟁했다는 건 뒤늦게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본래 성당은 현재 남쪽 타워(사진에서 오른쪽)의 높이와 모양으로 두개의 타워가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타워의 꼭대기는 성당의 종을 달기 위해 둥근 돔의 모양이었고. 하지만 외세의 침략이 잦아지자 15세기에 북쪽 타워를 Watch Tower로 개조한 것이다. 기존의 높이에서 80m를 더 증축하여 도시 전체와 성곽 밖까지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 즉, 두 타워는 형제의 개성이 발휘된 것이 아니라 Bell Tower 와 Watch Tower 라는 다른 목적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사후에 다듬어진)것이다. 나란히 서 있더라도 똑같은 모양일 수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0-2. 바르샤바에서 크라쿠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