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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Jan 20. 2018

0. 버마(미얀마)에 다녀옵니다

고집스럽게, 나의 버마 

 중국에서 돌아와 꼬박 하루를 앓았습니다. 중국보단 나은-훨씬 좋다고 말할 수 없어 슬프군요- 공기의 청결한 도시 서울에서 더 온화한 날씨 속에 더 담백한 음식을 먹었는데도 아팠던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아이러니한 사건들은 수두룩하니까요. 급체의 가장 심한 증상인 두통과 오한에 시달리며 자다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최고 온도로 맞춰놓은 온수매트 위에서 식은 땀을 흘리면서 줄곧 이 생각만 했답니다. 여행 준비.


 그렇습니다. 저는 오늘 밤 버마로 떠납니다. 여행은 한달 반 전쯤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했어요.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고 나니 개강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지난 봄 폴란드와 독일을 길게 여행했기 때문에 멀리, 오래, 나가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어요. 가까우면서도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자극이 될 만한 나라를 가고싶었죠. 


 그래서 선택한 곳이 버마 Burma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얀마 Myanmar라는 국명으로 더 많이 불려지고 있죠. 현재는 버마와 미얀마, 두 국명이 병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부터 벌써 흥미로운 국가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본래 국명은 버마입니다. 그러나 1989년,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군부정권이 미얀마로 국명을 바꾸어버립니다. 버마인들은 이를 국명의 단순한 변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재에 대한 야욕을 내재한 정권의 횡포라고 보았던 거죠. 미얀마라는 새로운 국명을 사용하면 군부정권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버마의 국민, 그리고 군부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버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국제사회로 인해 두 가지 국명이 병용되기 시작했지요.


 저도 버마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버마의 소수민족 유혈사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이를 방관하는 아웅 산 수지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그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알아갔던 것 같아요. 중국과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과 라오스 그리고 말레이시아까지. 무려 여섯 국가와 국경을 인접해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있는 나라. 버마족이 약 70%, 나머지는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구성하고 있으나, 문제가 되고 있는 로힝야족처럼 국가의 공식 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민족 또한 많이 존재하고 있지요. 19세기 초 영국의 식민지였고, 끈질긴 저항 속에 일본의 원조를 받아 독립을 이뤄냈지만, 1962년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으로 50년 가까이 암흑의 현대사를 보낸. 독립의 영웅 아웅 산 수치와 그의 딸이자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 산 수지의 나라.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후 읽었던 조지 오웰의 <버마시절>. 조지 오웰이 실제로 5년간 버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근무한 적 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  





 2015년 총선을 통해 아웅 산 수지가 당수로 있는 NLD당이 집권당이 되었고 군부의 독재도 끝난 듯 보여집니다. 사람들은 버마에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리라 믿고 있습니다. 민주화로의 변화와 함께 관광이나 여행의 문턱도 낮아진 것도 참 다행이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여행자제국 경보가 걸린 나라였으니까요.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발견하고 느껴야 할 부분들이 많은 나라 같습니다. 옛 왕조의 웅장한 사원과 숭고한 불탑뿐만 아니라 역사의 잔재 속에서 지금의 그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어졌지요. 버마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된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행기는 가장 저렴한 에어아시아로 구매했어요. 쿠알라룸프를 경유하긴 하지만 3~4시간의 경유야 고생이랄 것도 없지요. 추가 요금을 피하기 위해 위탁수화물도 가져가지 않아요. 에어아시아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기내수화물 무게에 각박한 편입니다. 휴대용 가방까지 추가로 인정을 하지만 두 가방을 합친 무게가 7kg가 넘지 않아야 해요. 38L 배낭에 짐을 넣었다 도로 빼면서 가벼운 여행이 중요하다고 되새기게 됩니다. 돈에 대해서도, 여행의 기동력에 대해서도, 관점과 집중에 문제에 대해서도 말이지요. 


 버마의 겨울, 우리에겐 온화한 여름 속을 걷다 올게요. 돌아와 함께 나눌 것이 많은, 그런 시간이 되도록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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