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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i Jul 06. 2018

되어가는 엄마, 드라마 <마더>(1)

엄마란 존재, 그리고 모성에 대해

 집에 TV가 없고 TV방송도 즐겨보지 않는 제가 드라마를 완주하는 건 꽤나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일보다 더한 수고와 끈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말 ‘이거다!’ 싶지 않은 이상 시작하지 않아요. 그런 제가 지난 해 방영했던 드라마 ‘마더’를 정주행했습니다. 수업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기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빠져들었죠. 초소형 노트북 앞에 앉아 보았던 16회의 960여분은 올해 보람 있는 시간으로 손꼽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방영 중에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계실거란 생각이 드네요. 초등학교 임시직 교사로 부임한 수진(이보영 역)은 혜나(허율 역)가 친모와 친모의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혜나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하자 수진은 혜나에게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혜나를 납치합니다. 납치는 사실 텅 빈 단어일 뿐, 수진과 혜나는 함께 도피를 떠난 셈이예요. 혜나는 기꺼이 자신의 선생님이 엄마가 되어주기를 바랬으니까요. 혜나가 바다에 빠져 죽은 것처럼 위장을 하고 둘은 자신들을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여러 곤경을 겪게 되며 결국 수진의 엄마 곁에 머무르게 됩니다. 수진이 의지할 수 있던 마지막 피난처가 바로 엄마의 품이었던 거예요.  




왼쪽부터 혜나의 친모 자영 > 혜나이자 윤복 > 윤복의 엄마 수진 > 수진의 엄마 영신 (출처: tvn 마더 공홈)




 하지만 수진의 엄마 관계도 평범하진 않습니다. 사실 수진은 어릴 적 친모가 보육원 앞에 버린 아이였습니다. 우연히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여배우 영신(이혜영 역)이 수진을 눈여겨보고 입양을 했지요. 영신은 수진을 ‘마음으로 낳은 딸’이라고 표현하며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수진은 친모부터의 치유되지 못한 상처 때문에 평생을 데면데면한 딸로 살아왔습니다. 수진이 혜나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친딸 윤복이로 소개할 때 다른 가족들은 싸늘하거나 측은한 시선으로 수진을 응시해도, 영신만큼은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수진이 상대 남자,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음에도 말이죠. 영신은 누구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엄마가 된다는 일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혜나가 죽지 않았다고 믿고 집요하게 뒤쫓는 혜나의 친모 자영(고성희 역)의 애인 때문에 사건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자영은 애인이 수집한 정보로 영신의 집을 찾아가 혜나를 발견합니다. 사라져서 후련했던 자신의 딸이 정작 수진의 딸로 행복해진 모습을 보자 복잡한 심경이 되어버리지요. 자신에 비해 많은 것을 가진 수진이 자신의 딸까지 가로챘다는 억울함에 그녀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결국 혜나와 수진을 향한 수사망은 점점 좁혀옵니다. 설상가상으로 돈에 눈이 먼 자영의 애인이 혜나를 납치하고 영신을 협박하면서 상황은 더욱 위험하고 위급해지지요. 친모인 자영은 이 인질극에서 애인의 편에 서면서, 사실상 딸의 친모가 딸의 목숨을 담보로 딸의 납치범을 협박하는 기괴한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여기서 다 소개하고 싶지는 않아요. 실제 드라마에서는 이런 굵직한 사건 이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수진과 혜나가 세들어 살던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가 수진의 친모였다는 사실, 수진의 친모와 영신의 갈등, 수진이 친모에게 노여워하고 또 용서하는 과정, 수진의 두 여동생들의 비밀 등 …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 드라마는 사실 동명의 일본 드라마 <마더>를 17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기본 설정은 동일하지만 곁가지의 이야기들은 많이 다르죠. (한국판과 비교하여 일본 원작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점이 몇가지 있어요. 그건 다음 편 글에서 풀어낼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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