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리에서 에펠을 보았을 때 든 생각은, 쓸모였다. 웃기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건축물을 보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이 나의 쓸모라니. 저 건축물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했을까,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 미지근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땐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이걸 적고 있는데 마침 귀에서 스위스에서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온다. 평소 같았으면 넘겼을 텐데, 하필이면 유럽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가만히 듣기로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가장 먼저 파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야간 버스가 생각난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길을 달리면서 창문에 얼굴을 대고 하늘을 바라봤다. 별이 참 많았다.
스위스에서는 정말 많이 울었다. 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다. 그땐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고,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위로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슬픔에 가까웠던 것 같다. 슬픈지도 모른 채 그렇게 숨죽여 울었나 보다.
여전히 쓸모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진 않는다. 결국 쓸모는 나를 위한 게 아니고,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싶으니까.
어쩌면, 나는 잘살고 있다. 나의 하루는 완전하고 평화롭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하고 있다. 무엇을 시작하든 망설임 없는 내가 마음에 들기도 한다. 사실 어렵게 보이는 것도 막상 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이걸 내가 어떻게 해.’ 그 마음만 잠깐 참으면 된다. 이런 내 모습이 그냥 나인 것 같아서 재밌다. 작아질대로 작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넘어져도 일어날 것이라는 걸, 바람에 마구 흔들려도 끝내 뽑히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