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 좋은 문자가 왔다. 필름 스캔한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는 문자였다. 파리에서 애인이 선물 받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왔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을 인화하려고 사진관에 맡겼었다. 2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렸던 메일이었다. 메일을 열어보기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떤 사진이 찍혔을까, 찍히긴 했을까 설레었다. 또 이렇게 설레다니. 내 심장은 왜 이렇게 가벼운지 모르겠다. 놀라기도 쉽고, 감동하기도 쉽고, 행복하기도 쉽고, 기쁘기도 쉽고, 두렵기도 쉽고, 우울하기도 쉬운 것 같다.
메일을 열고 사진을 하나씩 확인했다. 에펠이 가장 처음으로 나왔고, 언니, 동생, 나, 오빠의 사진이 차례로 나왔고, 마지막으로 단체로 찍었던 사진이 나왔다. 내 모습이 웃겼다. 헝클어진 머리에, 들고 있는 와인병도 소주와 같이 느껴졌다.
그날 비가 와락 내렸다. 우린 다 같이 뛰어서 비를 피했다가 끝내 비를 맞으며 걸었다. 옆으론 에펠이 보였고 비를 맞으며 웃는 우리가 웃겼다. 그냥 다 좋았다. 예상 못 한 비가 사랑스러울 만큼.
비라는 게 신기하다. 어쩔 땐 싫기만 하다가 또 영락없이 사랑스럽다. 생각의 전환으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신 없을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도하고. 내가 처음으로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도 비를 통해서였다.
사진을 보며 느꼈다. 그날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애인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 필름 카메라를 챙겨 온 게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