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그거면 될 것 같다

by 소금

조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천천히 즐기면서 오라고 했다. 너의 배려가 묻어나는 그 말이 좋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즐기며 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듣고 있던 노래를 끄고 버스의 엔진음을 백색소음 삼아 마음 편히 독서를 했다. 환승을 위해 내린 정류장에서도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마침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릴 때 나는 예감했다. 아마 그 바람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왜 자꾸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참으려 애썼지만 기어코 비집고 나왔다. 분명 설움이었지만, 그게 다인 것 같진 않다. 집으로 돌아갈 때 하트 모양의 페레로로쉐를 내밀었다. 귀여운 엽서가 하트 스티커로 붙여져 있었다. "가는 길에 심심할까 봐."라고 말했다. 읽기도 전에 알아차렸다. 보다가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다는 걸. 그래서 일부러 혼자 앉을 수 있는 가장 앞 좌석에 앉았다.


내가 여전히 언니를 좋아하고 닮고 싶은 이유는, 꾸준한 변화 속에서 더 괜찮은 삶을 살아보려는 굳은 심지만큼은 일관되어서가 아닐까 싶었어.

...

내가 지금껏 봐온 언니는 누구보다 자기를 진심으로 대하고 삶을 진지하게 그려가서 언제나 빛났어. 난 그런 언니를 응원하고 응원해!


눈시울이 붉어지고 아래턱이 떨렸다. 네 앞에만 서면 자꾸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로 미안하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런데 내가 걸어온 길과 여정을 누군가 지켜봤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나 보다. 편지를 읽으면서 느낀 건 분명 위로였다. 나는 늘 너에게 배운다. 너라는 존재 덕에 나 그래도 잘 살았구나, 알량한 위로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넌 참 일관되고 멋진 사람이었다. 글씨체만 봐도 그렇다. 나는 자라면서 수십 번은 바뀌었을 글씨체가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단단한 사람,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고마운 사람. 오래 보고 싶다. 지금처럼 가끔 보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안부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로 그거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비가 와서 다행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