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연대기 1. 아디다스 갤럭시, 리복 리퀴펙트, 나이키 레볼루션 7
- 23년 여름,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처음 한 건 입고 뛸 반바지를 사고, 신고 뛸 운동화를 사는 일이었다. 달리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이 1도 없었기에 그저 쿠팡 검색창에 '러닝'이라 치고 결과로 나오는 것 중 가장 싼 것들을 골랐다.
- 유튜브도 보고 한 번에 달릴 수 있게 되는 거리가 늘어나며 동시에 내 상황에 필요한, 내 몸에 맞는 용품들도 찾아내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평발에 회내하는 발목이 있으니 안정화는 꼭 필요하고, 장거리를 뛸 때 쓸리는 옷들은 피할 수 있는 정도로.
- 달리기를 하는 동안 여기저기 아파보며 느낀 건 '결국 근육을 키우고 좋은 것을 먹고 잘 쉬어주는 일 이상으로 중요한 건 없다'는 사실이다. 몸에 두르고 있는 건 부가적인 것이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용품에 대한 끊임없는 구매욕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 증명 혹은 치유와 같은 일, 달리기를 하며 가장 먼저 검색하게 되는 러닝화에 대한 내 나름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 전제는 하나, 달리기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플릿러너 사장님이 하신 말씀인 달리기에 나쁜 신발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냥 준비가 덜 된 몸뚱이가 있었을 뿐.
- 아디다스의 '갤럭시'.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처음 지른 '운동화'. 러닝화로 알고 샀는데 모양은 비슷하나 지금 생각하면 그냥 일상용 운동화로 보면 되겠다. 이 신발을 신고 처음으로 자발적인 러닝이란 걸 했다. 1km에서 시작해 2km, 3km까지, 출장과 여행지의 숙소 안 트레드밀 위도 이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심지어 일상에서도, 지금까지도.
- 평발에 발볼이 넓은, '펭수발'인 내게 잘 맞았던 신발이고 쿠셔닝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조깅페이스 이상으로 3km 이상의 거리를 뛰는 건 무리라고 느껴진다. 슬슬 마실 하듯이 달리고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정도로 신으면 좋을 것이다.
- 러닝화는 매일, 연달아 신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주워듣고 갤럭시에 이어 추가로 구매했던, 리복의 리퀴펙트. 역시 본격적인 러닝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이제 막 시작했던 내게는 좋았던 신발이다. 주로 갤럭시의 서브 역할을 하며 역시 일상화로 신기도 했다. 마지막엔 주로 트레드밀 위에서만 신었다.
- 쿠셔닝은 나쁘지 않았는데 갤럭시와 비교하면 좀 탄탄한 느낌이 더 들었다. 그래서 길 위보다는 트레드밀 위의 느낌이 더 좋았다. 어퍼가 메쉬에 가까워 겨울에 신으면 발이 시릴 정도로 통기성도 괜찮았다. 갤럭시와 마찬가지로 데일리로, 느리게 적당한 거리를 소화하기에 적당한 녀석이었다.
- 문제의 신발. 구매 후 처음으로 신고 달렸던-정확하게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거리를 달렸던 날, 족저근막을 터지게 만든 신발인 나이키 레볼루션 7이다. 나름, 진짜 러닝화를 사겠다고 앞선 두 켤레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했었다. 몇 켤레 더 사고 나니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 비싸지 않았던 만큼 달리기용으로는 많이 아쉬웠던 모델이다. 공홈에서 로드 러닝용으로 분류해서 팔고는 있지만 러닝용도로 딱 맞는 신발은 아니다. 앞의 리퀴펙트가 '탄탄한' 느낌이라면 이 녀석은 '딱딱하다'는 느낌이 우선한다. 그만큼 쿠션감도 약하고 반발력도 모자란 신발. 젤카야노 31과 웨이브라이더 28을 구매한 후로는 일상화로만 신다가 지금은 트레드밀용으로 신고 있다.
- 이거 사고 나이키 러닝화는 잘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