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보강운동
넉넉하게 몸을 풀고-스트레칭에 평소에 하지 않던 스킵운동까지 하고 출발을 했는데 계속 다리가 무겁고 잠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날들이 있다. 주로 주말, '오래, 멀리 뛰어봐야지' 마음먹은 날에 꼭 그런 느낌이 든다. 왜지, 뭐가 부족했나 떠올려 보면 한 주 내내 달리던, 계단을 오르던 다리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아침 출근 전 간단하게 4킬로미터 내외, 혹은 지하 2층부터 16층까지 계단 오르기 5회전에 와이드 스쾃 150개가 추가되는 게 오전 운동 루틴인데 40년 넘게 그 정도의 운동도 해 본 적 없는 몸에는 부하가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출발을 해버렸으니 멈출 수는 없고 억지로, 억지로 뛰어본다. 심박수는 요동을 치고 호흡과 케이던스도 잘 안 잡힌다. 리듬은 즉흥연주하는 재즈밴드의 그것과 같이 들쑥날쑥하다. 그렇게 달리기를 마친 날은 오후까지 피로가 안 풀리는 기분이다. 괜히 더 늘어져 있고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아이의 방학숙제가 해발 600미터 이상의 산에 오르는 것이란다. 근처에 그런 산이 있나 찾아보니 관악산이 딱 맞는다. 트레킹화를 챙겨 신고 물과 초코바, 포도당 캔디까지 챙겨 서울대학교로 향한다. 가장 쉬운 코스라는 서울대학교에서 출발하는 코스의 시작점으로 가니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부지런히, 그러고도 쉬엄쉬엄 등산로를 오른다.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힘이 들어간다. 아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제법 잘 오르고 있다. 연주대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산바람을 맞으며 잠깐 쉬어간다.
연주대 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서둘러 내려온다. 점심 전에 내려와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지. 뭘 먹을까 고민할 틈은 없었다. 불규칙하게 놓인 바위를 밟고, 미끄러지지 않게 온 신경을 기울이고 한 발씩 딛는다. 오한이 온 사람처럼 다리가 떨린다. 발목과 종아리가 털린 느낌이다.
근육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몸을 쓰고도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달리기가 전신운동이라던데 미처 쓰지 못했던 근육들을 사용한 느낌이다. 엎어진 김에 더 쉬어본다.
새벽 네시 반. 달릴 채비를 하고 아파트 현관 앞에서 몸을 풀어준다. 발목, 무릎, 허리. 몸 아래부터 위로 차근차근. 스킵운동으로 100미터쯤 가본다. 골반이 살짝 뻐근한데 아프지는 않다. 천천히 발을 달리는 모양으로 만든다. 모처럼 가볍게 다리가 움직인다. 페이스를 좀 올려볼까? 아니다, 더 천천히 뛰자, 바람도 좋은데. 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목 뒤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