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화와 습관

달리기를 하며 달라진 것들

by 잡념주자

달리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과정에서 달리기가 정말 좋아져 버려 이젠 취미라고 당당히 얘기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 두렵게 느껴졌던 장거리 달리기도 이젠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고 내년에는 완주를 목표로 풀코스 마라톤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생활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곰곰이 되짚어 본다.


1. 어디를 가던 달릴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달리기 전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맛집을 찾는 일이었다. 배불리 먹고 거나하게 취하는 것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적어도 나는 생각했다. 지금은 여행이던, 출장이던 혹은 고향엘 가던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얼마만큼의 거리인지를 먼저 챙겨보게 되었다.


2. 어디를 가던 운동복과 러닝화를 챙긴다.

짧은 일정의 출장이나 여행에도 짐을 많이 챙기는 편이었는데 그 부피와 무게가 더 늘어났다. 달릴 수 있는 곳에서 입고 신을 옷과 신발을 챙긴다. 보관할 공간이 넉넉지 않을 때에는 아예 러닝화를 신고 떠나기도 했다.


3. 저녁을 먹는다.

감량이 우선이던 달리기 초반에는 1일 1식을 했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달리기가 너무 힘들어 자연스레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힘들고 허기진 기분은 사라졌고 조금 무거워져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느낌이 든다.


4. 스포츠/운동화 매장은 꼭 훑어본다.

쇼핑할 때, 과거에는 운동화를 사야 하거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일절 쳐다보지 않았던 스포츠 매장이나 운동화 매장을 꼭 들러보게 된다. 유튜브에서 보는 레이싱화 류의 신발들은 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훑어보고 나오는 길에는 꼭 뭔가 손에 쥐고 나오게 된다.


5. 운동화가 늘었다.

과거에 주로 신던 신발은 스니커즈 류의 신발이나 슬랙스와 매칭했을 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포스'류의 운동화였는데 이제 사게 되는 신발은 러닝화-안정화나 쿠션화가 대다수이다. 심지어 수도 늘었다. 1년에 한 켤레, 많아야 두 켤레 사던 신발인데 달리기 시작한 1년간 다섯 켤레를 사 신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주 가는 쇼핑몰 장바구니에도 두 켤레 들어가 있다.


6. 동작할 때 잔 신음이 늘었다.

일어서며 추임새로 넣는 '아이고'소리가 늘었다. 간혹 '죽겠다'는 소리도 한다. 과거에는 그냥 무의식에서 나오는 추임새였다면 이제는 정말 아프고 힘들어서 그 소리가 나온다.


7. 체력은 늘어났는데 힘들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1킬로미터를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휴식 없이 10킬로미터 정도는 뛸 수 있다. 특히 올여름에 달리기 마일리지를 늘여보고 싶어서 무리인가 싶을 정도로 달렸더니 달리기에 필요한 체력이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 근데 그게 다다. 일상은 지치고 힘들다. 간혹 일상에서 써야 할 에너지도 취미생활인 달리기에 당겨 넣는 기분이다.


8. 달리기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달리기를 하기 전의 나라면 정말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다. 그 괴롭고 힘든 것을, 그렇게 잘 달리는 것도 아닌데 무슨 선수처럼 달리기만 하며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더 잘 달리고 싶고, 오래 달리고 싶고, 즐겁게 달리고 싶은 마음. 짧은 생각이다. 일상의 사이에 있어서 즐거운 취미가 된 건데 그걸 모르는 바도 아니고. 그저 달리기가 주는 그 해방감을 오래 느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끔씩 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