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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피크닉처럼

낯선 주로에서 달리기

by 잡념주자

달리기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뛴 곳들은 아무래도 집 주변이다. 아침에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씩 돌고 저녁에는 집 근처 목감천변을 뛴다. 휴일에 길게 뛰는 날에는 목감천변을 꽤 길게 둘러 달려본다. 달리기 하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기는 하지만 몇 개월을 그곳만 돌다 보면 아무래도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가끔 여행이나 출장을 통해 만나는 낯선 뜀 길은 반복에 젖은 일상을 리프레쉬해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

처음부터 출장이나 여행에서 낯선 길을 뛰지는 못했다. 뛰는 게 너무 어설퍼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까, 그냥 숙소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의 트레드밀 위만 줄곧 달리기도 했다. 가끔 밖에서 달리고 들어오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다는 느낌과 아직 멀었다는 자괴감 비슷한 감정이 같이 들기도 했다. 바뀌기 시작한 건 작년 추석, 고향에 내려간 길에서였다. 낯선 길을 뛰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산책만 두어 번 해본 길들-문수월드컵경기장 주변과 울산대공원 둘레의 지도를 계속 들여다보았다. 한 바퀴를 돌면 대략 4~5킬로미터가 나오는 길을 가볍게 뛰어보았다. 그때부터는 낯선 길을 뛰어보고 싶어 여행과 출장을 기다리게 되기도 했다.

같은 길을 뛰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매번 만나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지겹거나 하지는 않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일상을 지탱하게 한다. 다만 그 반복에서 오는 피로는 사람을 가끔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낯선 곳, 낯선 일, 낯선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는 것, 새롭게 발을 옮길 이유를 찾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번 트랙처럼 돌던 목감천변을 벗어나 안양천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감천을 지류로 두고 있는 가까운 뜀길이지만 한 번도 뛰어가본 적은 없었다. 다른 풍경들이 눈 안에 들어와 앉는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낯선 햇살이 머리 위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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