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ke Gyllenhaal ; 원숙.소년미.유리성 >
배우의 얼굴은 흥미롭다. 아기 같이 앳된 동동함과 마초적인 남성성을 동시에 믹스한 것 같다. 제이크 질렌할을 처음 본 건 아마 <투모로우>라는 재난 영화에서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건 질렌할이라는 배우의 지능이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컬럼비아 대학교를 중퇴한 걸 보니 어려서부터 공부머리도 좋았던 것 같다. 애석하게 나는 아직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작품만으로도 나는 그의 모범생 기질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굉장한 지능이 연기 세계에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음으로 느낀다.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에이미 아담스와의 호흡도 뛰어났다. 영화 속의 모습이 그의 본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 그런 착각이 오히려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유리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금이 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 씬을 쳐다봐야 하며 종국에 사단이 벌어졌을 때에 그의 표정은 내 마음도 거의 절규에 가까운 상태로 추락시킨다. 질렌할만큼 정갈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동정을 이끌어내는 배우도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소년미가 잔재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를 불쌍하게 여기고, 누구도 그의 연기를 쉽게 비판하기 어려울 거 같다. 아무리 극성맞은 영화평론가라도 말이다.
그는 솔직한 매력이 있다. 내게 좋은 집이나 많은 돈은 없더라도 당신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오만한 자신감. 나는 그의 그런 부분이 좋다. 그렇게 느껴진다. 아주 자연스레. 자신의 가장 내적인 것들을 꺼내어서 관객의 살결 위에 덧붙인다. 아놀드 슈왈즈제네거의 식스팩이나 말론 브란도의 잘 생긴 얼굴이 아니더라도 그는 그 자신만으로 영화가 되기에 충분하다. 외모가 아니라 내면. 굳이 보여주기 식 인생살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함축된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로부터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