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 Brad Pitt; 마초. 풍파. 신성 >
브래드 피트는 존경스러우면서도 내 하나의 동경에 가깝다. 환갑에 가까운 연세가 드셨지만 여전히 펄펄한 청춘처럼 조각같이 멋있다. 나에게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바로 그처럼 멋있게 늙고 싶다는 거다. 가끔 그의 인터뷰 영상에서 그의 장발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대로 모방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다. 나는 그의 데뷔작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그의 필모그래피를 거의 꿰뚫다시피 그가 출연한 영화를 좋아하고 그중엔 여러 번 돌려본 것도 많다. 가끔씩은 왜 제니퍼 애니스톤과 헤어졌을까 아쉬움이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안젤리나 졸리보단 훨씬 보기 좋은 커플이다. 이런 추문 때문에 피트는 마약과 술에 의존하다가 나락으로 빠지기도 했다.
국내에선 <가을의 전설>이라는 오역으로 유명한 <레전드 오브 폴> - 원래는 <몰락의 전설>이 올바른 번역이다 - 은 브래드 피트의 리즈 시절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시기에 엄청난 여성 팬들이 몰리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혹자는 그의 성공은 오로지 외모 덕분이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처음 이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에도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었다.
그의 연기 세계가 뛰어난 외모의 광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지만 그의 어떤 마초적인 기질, 포악한 포세이돈이나 제우스가 정말 인간 아들을 낳았다면, 약간 이런 모습이지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그의 양식. 그의 폼. 폼생폼사라는 언어가 어울려 보인다. 갑자기 페르세우스 같은 캐릭터가 떠오른다. - 페르세우스는 제우스 아들이었다. - 그러고 보니 정말 <트로이>에서 그는 아킬레스였고 아폴로를 섬기는 브리세이스를 사랑하는 역할로 제격이었다. 인간성을 약간 뛰어넘는 미적 감각 같은 게 그의 얼굴에 반영되어 사소한 연기라도 특별하다는 느낌을 부여한다. 이 세상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떤 걸 하든지 카리스마틱 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아 보인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와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최고였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 남자들은 그런 게 있다. 어떤 처절한 브로맨스를 이성과의 사랑보다 더 짜릿하며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무의식. <모리스>의 휴 그랜트와 제임스 윌비의 브로맨스 이래 가장 극적인 조합이 아니었나 싶다. - 물론 그 결이 서로 정말 다르긴 하지만 – 가끔씩 우울할 때면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본다. 굳이 저렇게까지 생기지 않아도 내 동경은 여전히 그런 얼굴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동양보다 서양 물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어쩌면 나의 이런 동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 나에게 영원한 레전드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사랑해요. 빵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