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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 괴기함. 완벽주의. 유작 >

by 심재훈

미스터리 하다. 이 세상엔 정말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집단이 있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음모론에 대해 읽는 걸 좋아했다. 큐브릭 감독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홀연히 유작을 남기고 떠났는데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비밀집단을 폭로한 대가로 살해당했다는 설도 있다. 큐브릭 감독은 이면에 있는 것을 영화화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은 SF영화라기보다는 괴기하고 무서운 영화에 더 가깝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렇다.


적어도 그는 좌파 계열의 영화감독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그의 영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샤이닝」을 보면 인간의 심리라는 건 마치 모래 위에 올린 성처럼 가엾고 연약해 보인다. 호텔은 세계 정부가 되고 클라이언트는 꼭두각시처럼 이리저리 휘둘린다. 「풀 메탈 자켓」은 베트남 전쟁의 무익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깨닫는다. 큐브릭 감독을 믿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에 모든 걸 지배하려 드는 나쁜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가끔씩은 현실처럼 생생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내리는 이 선택이 정말 올바른 건지 다시 돌아본다.


「아이즈 와이드 셧」을 유작으로 남겼을 때. 나는 그의 영화가 영원히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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