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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능청스러움. 살기. 누아르 >

by 심재훈

내가 보기에 그는 엄청난 노력파이다. 능청스러움. 살기. 누아르. 그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낸다. 그의 영화들 중에선 개인적으로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이 가장 좋다. 특히 「베를린」 특유의 칙칙함과 어둠, 오랫동안 이끼가 배어 끈적끈적한 냄새가 나는 것이 배우 고유의 페이소스와 섞이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황해」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못해 너무 짙어 약간 불쾌감이 들기까지 한다. 이병헌이 본능적으로 배우로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면 하정우는 건축설계사처럼 재료에서부터 구조까지 직접 모든 걸 주조해가면서 완성된 케이스 같다.


감독이 되어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걸 보면 영화에 대한 사랑이 엄청난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복숭아인지 자두인지 정사 장면처럼 아주 농염하게 한 입 배어 무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물론 최근 행보는 조금 물음표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초창기 때 광휘가 너무 엄청났던 탓인지 지금 그에겐 무언가 더 특별한 게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추격자」의 살인마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에 그에게서 이제 약간은 허무함 비스무리 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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