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존 윅」은 새로운 무술의 경지를 보여준다. 내가 그동안 배운 거라곤 어렸을 때에 검도가 전부이다. 학원에서 귀엽다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던 예쁜 누나들의 손길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좀 더 음흉했더라면 여러 가지 수작을 부렸을 텐데 … 난 아직 애기였고 성(性)에 대해선 아직 눈을 뜨지 않았었으니 돌아보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보편적인 액션 영화에선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비현실적인 총검술을 사용한다. 그런 비현실적인 미(美)에 익숙해진 탓인지 만약 실제로 내 손에 총과 검이 주어진다면 영화처럼 상대방을 살상하려고 달려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러나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은 알겠지만 적정거리에 있는 적을 총을 쏴서 죽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5m만 벗어나도 정확한 타격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존 윅」 시리즈에도 나름 비현실적인 액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근거리에서 총술을 부리는 것만큼은 정말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베테랑이 아닌 이상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근접전을 해야만 한다. 멀리서 총을 쏴서 맞추겠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게 없을 거다. 이전 액션 영화에선 이와 같은 근접전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걸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에너미 엣 더 게이트」나 「론 서바이버」 같은 스나이퍼 영화들이 그나마 현실적인 전투 장면을 잘 그려냈던 것 같다. 우리 또래 세대는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서 전쟁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전쟁 한가운데에 떨어진다면 우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총을 난사할 것이다. 스나이퍼가 아닌 이상 지형을 이용해 적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며 적정거리에서 총을 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전쟁에 대해서 잘 모른다. 최근 영화 중엔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온 「퓨리」가 전쟁의 실상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액션 장면이 있어서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진다. 물론 액션 합이나 시퀀스를 살펴보면 말을 탄다든지 개를 살상 도구로 삼는 다는지 조금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 실제로 훈련받은 개들을 보면 또 말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 키아누 리브스의 대사도 정말 멋지다. 특정 악센트가 있는데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존 윅」의 세계관 역시 굉장히 흥미롭다. 최고위원과 심판관으로 이어지는 위계 시스템. 컨티넨탈 호텔이 갖고 있는 도피 특권. 특정 룰이 청부살인 건에 붙는 설정도 재밌다. 이 모든 게 뉴욕이라는 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권총과 머신 건, 여러 종류의 단검 컬렉션이 주는 무게감과 그립감은 현실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다. 주인공 존 윅은 권총을 쥘 때마다 항상 살짝 비트는 자세를 취하는데 꽤 현실적으로 보인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타격하기 위해선 임의로 정해놓은 그립감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총들이 검정으로 칠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위장 목적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쏘는 사람에게 착 달라붙는 맛을 구현해내기 위함 아닐까? 무기도 저마다 효용성이 달라서 특정 환경의 전투에서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쐈을 때의 반동 감과 타격감도 모두 상이해서 정적이거나 동적인 자세에서, 산이나 언덕과 같은 열린 지역이나 지하 터널 같은 좁고 폐쇄된 지역에서, 저마다 모두 다른 타격 성공률을 보일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정말 생명과 같은 거다. 그래서 더 박진감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