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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by 심재훈


「아가씨」를 보면서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또래의 사람이 저렇게 연기를 잘한다는 거에 한 번 놀라고 인간적으로도 참 매력적인 것 같아 두 번 놀랐다. 나는 천우희와 김태리를 참 좋아한다. 배우로서도 좋지만 그냥 사람으로서도 좋은 사람 같아서 좋다. 뭔가 엉큼하면서도 “슛”하고 연기를 시작하면 뭔가 배우만의 아우라라든지 포스가 줄줄 흘러내릴 것 같다.


「아가씨」에서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상한 불안감 같은 게 있다. 나는 퀴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서의 로맨티시즘은 뭔가 황홀하게 느껴졌다. 여자의 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기보다는 그 이상한 성관계 장면만이 갖는 독특한 영화적 선과 구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기묘한 기운을 힘입어 두 여자의 몸은 더욱더 아름답게 연출되었던 것 같다.


나는 심심할 때면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의 브이로그나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가끔씩 본다. 김태리 배우는 그냥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배우들도 나름 다 사람다운 게 있는 것 같다. 엉뚱한 데도 있는 것 같고.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서민적이면서도 정감 있는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낸 것 같다. 임순례 감독만의 독특한 서정성에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사실 난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를 참 재밌게 봤다. 처음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빠지지 않고 챙겨볼 정도였다. 이병헌의 연기가 너무 기대돼서 보기 시작했지만 김태리의 연기도 절대 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역사적 고증이 탄탄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애초부터 어떤 역사적 감흥에 초점을 두고 기획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픽션이지만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보는 사람이 즐겁다면 충분히 드라마화할 수 있다고 본다. 로맨스도 로맨스 나름이어서 그 안에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 현실에선 연애와 사랑이 다 같은 사랑이라고 싸잡아서 얘기해도 뭐라 반박할 수 없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로맨스는 비판하고 비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삼류 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내 말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어떻게 이야기로써 잘 풀어냈느냐 라는 거다. 그 일련의 과정엔 주고받는 애틋한 감정이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과 순간 같은 게 있다. 이런 걸 잘 표현해낼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극 중에 ‘애신’(김태리)이 규수 집 애기 씨로서 총을 든다는 게 약간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만큼 유진 초이(이병헌)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앞으로도 그녀의 신선한 연기를 계속 쭉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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