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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와 엔딩 요정

by 심재훈

결말이 아름다워야 영화가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그래비티」만큼 아름다운 엔딩이 있을까? 여기서 핵심은 영화 OST이다. 시간이 된다면 여러분께 이 영화 OST를 꼭 들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서는 장면은 정말 감격스럽다. 그녀는 중력을 느낀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본다.

나는 이 영화 OST를 들으면서 내 나름의 각색을 펼쳐 보았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기 전에 산드라 블록의 얼굴을 비쳐 보였으면 어떨까 싶다. 지구를 맞대고 그녀는 웃고 있다.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처음엔 그녀의 발에서부터 시작한다. 발가락서부터 천천히 발목을 비추고 종아리로 올라간다. 그리고 무릎, 드디어 골반, 그리고 봉긋한 가슴으로 올라간다. OST의 클라이맥스에 그녀의 정수리를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녀의 눈을 비출 필요가 없다. 그녀의 입술을 비추는 것이다. 그녀의 웃는 입술. 이 시퀀스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걸 상상해본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는 주말에 지인과의 약속이 끝나면 3호선 일원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껌껌해진 밤하늘을 마주한다. 집까지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이 영화음악을 듣는다. 잠시 쉬고 있던 뮤즈가 갑자기 내 앞에 등장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선물들을 전해준다. 나는 그것들을 받는다. 영화적 상상력과 판타지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영화와 소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나는 그 두 세계를 건넌다. 이게 바로 영화가 즐거운 이유다. 영화는 영상을 그려내고 소설은 그것을 글로 쓴다. 매일매일 그렇게 영화적 공상을 현실로 바꾸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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