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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 꼬띠아르

< Marion Cotillard ; 프랑스. 피사체. 여자 >

by 심재훈

마리옹 꼬띠아르 같은 배우는 친숙하진 않지만 가끔씩 마주치는 집 앞 경비 아저씨 느낌이다. 그 얼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선명하고 확실하다. 어디를 보아도 자신이 프랑스 배우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프랑스 본연의 향기가 물씬 배어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프랑스 배우 중에 이만큼 영향력 있는 배우는 없을 것 같다. 가끔씩 보면 이 사람은 정말 프랑스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딱 그렇다. 어디를 봐도 프랑스 사람 같은 느낌. 나는 이런 느낌이 왠지 모르게 좋다. 프랑스가 예술의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걸까? 생각보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가 자주 기억나고 그 기억이 선명한 건 무슨 이유일까? 세상엔 정말 천생 배우가 될 상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 배우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소피 마르소다. 나는 그 세대가 아니지만 「라붐」(1980)에서 헤드셋을 꽂고 「리얼리티」를 트는 장면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마 프랑스에서 좀 더 유명한 건 까트린느 드뇌브인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통해 그녀를 알게 되었다. 사강은 직접 그녀를 만나봤다는데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김혜자, 윤여정 선생님처럼 국민 배우 대우를 받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줄리엣 비노쉬도 꽤 유명하다. 나는 고전이지만 유명한 「지붕 위의 기병」(1995)을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 비노쉬는 아름다우면서도 가냘프고 연약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영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꼬띠아르도 그렇고 그들만의 영화적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들만의 연기 선(線)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굉장히 특별하다.

「인셉션」에서 꼬띠아르는 디카프리오의 무의식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피사체로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도, 무의식 속에서도 누군가를 괴롭히는 피사체. 그리고 무의식에 남아있는 우리의 본질을 쥐고 절대 놔주지 않을 것 같다. 「퍼블릭 에너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그녀는 최전선에 서지 않고 이면에서 움직인다. 이렇게 보이지 않게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제어하는 캐릭터를 보면 영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오히려 꼬띠아르인 것처럼 보인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얼라이드」(2009)였는데 결국 브래드 피트도 그녀에게 매혹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주도권을 쥔다. 스파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 브래드 피트는 그녀의 마음을 추적해갈뿐이다. 진실을 알 수 없는 배우라면 꼬띠아르 아닐까? 겉은 공작새처럼 화려하지만 마음만은 알 수 없는. 여자들은 보통 그렇다. 꼬띠아르는 그런 여자들을 그저 변호해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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