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y Oldman ; 장인. 광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게리 올드만은 연기의 장인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로 치면 최민식이나 송강호 배우와 이미지가 비슷해 보인다. 그의 연기는 이미 「레옹」에서 입증이 되었다. 특히 광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대단해 보인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고든 형사(올드만)는 연약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대들보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자세히 보면 미국의 전형적인 영웅의 상징인 톰 행크스처럼 보인다. 배트맨이 신계에서 고담을 수호한다면 고든 형사는 인간계에서 고담 시민들을 이끌어 간다.
그의 연기가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되는 영화는 바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이다.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으라면 이 영화는 꼭 들어갈 것 같다.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이 배경이 되었는데 기존 스파이 영화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는 스파이는 화려한 액션 첩보를 선보이는 인물이었다. 이는 「007」 시리즈나 「제이슨 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솔트」(2010)에서의 이중 스파이도 그렇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이런 기존의 스파이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고 정적이고 동시에 엘레강스한 기품을 보여준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올드만은 영국 정보부 수장으로 첩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일원들에게 명령한다. 그의 내면연기는 일품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부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이상한 동경 같은 게 있어서 각 나라의 수도를 외우는 것처럼 정보부 이름을 외우려고 했었다. CIA, MI6, 모사드, KGB, 게슈타포 …. 역사적으로 비밀경찰과 정보기관은 새로운 권력을 만나면서 그 성격도 계속 변해왔다. 에이전트의 긴 레인코트와 깔끔한 용모와 인상이 어렸을 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미니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을 꼭 보길 추천한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도 감독판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스파이 물의 새로운 면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느린 웰 메이드 스파이물이 조금씩 등장하는 것 같다. 남북 첩보를 그린 「공작」(2018)이 대표적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서 두 번째 띵작은 「다키스트 아워」(2017)이다. 이 영화에서 게리 올드만은 처음서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하드캐리한다. 게리 올드만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분위기로 보자면 이 영화는 스티븐 스틸버그의 「링컨」(2012)와 유사하다. 나치군의 진격으로 영국군은 덩케르크에 포위되는데 처칠은 민감 함대를 활용해서 군을 무사히 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물론 영화 중간에 픽션이라고 보여지는 부분들도 있지만 올드만의 연기를 감상하는 데는 손색이 없는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실제 영국군을 구출장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다키스트 아워」는 작전을 시행하기 이전에 처칠(올드만)의 삶과 고뇌를 담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생각보다 처칠은 괴팍한 인물이었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이 아직도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처칠을 뽑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맹크」도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볼만 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전설의 영화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맹키위츠의 삶을 그렸다. 전반적으로 조금 어두운 구석이 있지만 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도 예술을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은 한 천재 작가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연기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