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여자 변호사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찡찡이 변호사의 정체성 탐구

by 선혜

처음엔 뿌듯했다.
“여자 변호사치고 참 당차다.”
“여자 변호사인데 되게 논리가 탄탄하네?”
“이야, 여자인데도 법정에서 기세 안 밀리네?”

그 말들이 칭찬처럼 들렸다.

근데 문득 깨달았다.
왜 모든 칭찬 앞에 **‘여자’**가 붙어야 할까?

나는 분명히 열심히 일했고,
밤을 새워 기록을 정리했고,
사건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았다.

그런데 그 모든 성과가
여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처럼 다뤄질 때,
나는 칭찬이 아니라 구분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여자다.
그리고 나는 변호사다.
그 두 단어가 나를 구성하는 것엔 틀림없지만,
때때로 그 순서가 바뀌는 순간,
나는 ‘변호사’가 아니라 ‘여자’로만 불리게 된다.

법정에서 내 말은 기록으로 남고,
내 손은 판결을 움직인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은
내 말이 아니라 내 말하는 방식,
내 판단이 아니라 내 말투,
내 실력보다 내 나이, 외모, 성별에 먼저 머문다.

“여자라서 공감 잘 하시겠어요.”
“여자 변호사는 감정 이입 잘 되죠?”
이 말은 잘 들리지만,
사실은 말 안 해도 돼야 할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공감할 줄 아는 변호사이지,
여자라서 공감하는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변호사로 살아가며 지켜야 할 것은
성별이 아니라 기준이고,
감성이 아니라 균형이다.

나는 더 이상 ‘여자 변호사’라는 말에
불편해하지 않을 만큼 단단해지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말이 왜 불편했는지도
기록하고 싶다. 잊히지 않게.

그래서 나는 찡찡거리듯 적는다.
“나 변호사예요. 그리고 여자예요.
근데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그게 내가 원하는,
조용한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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