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F Dec 19. 2023

나만의 트랙을 만들면 내가 항상 1등이니까.

episode 2 : 치열함보단 기발함으로, 어흥 프로덕션의 김흥식 대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다양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는 인터뷰팀 ONF입니다.

 

한 사람의 ON과 OFF를 함께 조명하며

그 고유한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 ONF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ON: 직업. 일, 사회적 시선에 노출되는 대외적인 모습의 '나'

OFF: 일을 제외한 일상, 휴식, 다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

 


 


Episode 2 : 김흥식 대표님의 ‘시작’을 만나다


김흥식 대표님은 21살에 작은 문구류 사업으로 시작해 점차 파이를 키워나가 현재는 어흥 프로덕션을 이끌고 습니다. 외에도 많은 지원사업과 공모전, 학생회장 등의 활동들로 끊임없는 시작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20대의 초반을 수많은 시작으로 가득 채운 이 인물이 지금까지 어떤 시작을 만들어내었고,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 ONF가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생이자 어흥 프로덕션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흥식입니다. 현재는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그리고 정치외교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있고 이번이 마지막 학기여서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2021년도부터 지금까지 ‘어흥프로덕션’이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요, 여러 가지 변경사항들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광고대행사의 형태로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What is your ON?


1.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중에서 창업을 큰 줄기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기업이나 기관이 주관하는 대외활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가 그냥 기업에게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것 같아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만큼 거부감이 강하지도 않고 올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KT&G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도 해봤지만 대학 초반에는 대외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대외활동보다는 수상실적과 상금이라는 보상이 분명한 공모전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공모전에서 상을 몇 번 타다 보니까 제 아이디어가 단순히 아이디어로만 끝나버리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현실화하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점점 생겼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대학 입학 후에 자체 디자인한 스터디 플래너, 메모지 등 문구류를 판매했습니다. 제 개인 SNS에서만 판매를 했는데도 알바 못지않게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돈 버는 방법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걸 알았고, 막연하게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처럼 정해진 길로만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그래서 2018년도, 21살에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죠.



2. 어흥 프로덕션의 슬로건이 “치열함보단 기발함으로”잖아요. 평소에도 '기발함'을 중요시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를 본인 브랜드의 슬로건으로 건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정형화된 경쟁 안에서 저는 1등 할 자신이 없었어요. 재수할 때도 마찬가지고 이후에 대학 생활하면서도 느낀 점입니다. 특히 수능을 겪으면서 결코 정해진 경쟁 안에서 제가 엄청난 집중력으로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만들어 놓은 트랙에서 경쟁자들과 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쟁 트랙 자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남이 만들어 놓은 트랙이나 경쟁의 틀 위에서 뛰게 되면 1등 할 확률이 극히 낮지만, 제 트랙을 만들어서 저만 뛰면 제가 항상 1등이니까. 그래서 치열함보다는 기발함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치열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치열하되 기발하기 위한 치열함이어야 한다는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사업체를 벌써 2년이나 운영하셨고 정말 많은 대외활동과 공모전을 함께 하셨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 있으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작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사업을 받으면서 운영했던 주피터라는 반려동물용품 브랜드입니다. 그때 제품 제작, 디자인, 펀딩, 온오프라인 매장 입점 등의 과정도 기억에 남았지만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인천 계양산에 아크보호소라는 구조견 보호소와 협력해서 열었던 오프라인 사진전입니다.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공간 혹은 전시 관련된 행사를 꼭 기획해보고 싶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전시라는 게 디자인적인 역량도 있어야 되고 어떻게 사람을 끌어 모을지, 거기서 돈은 어떻게 벌 지에 대한 고민에 더불어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등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온갖 것들이 종합되어 있잖아요. 한 지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점들을 모두 고려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제 운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전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주피터 오프라인 사진전


What is your ONF?


4. 앞서 말씀해 주셨듯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시잖아요. 흥식 님의 ON과 OFF의 밸런스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ON과 OFF는 구분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방시혁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밸런스라는 표현보다 하모니라는 표현을 쓰는 걸 좋아합니다. 두 영역은 분리보다는 조화를 이룰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저의 반려견인 사랑이를 산책시키면서 든 생각이 있는데, 산책이란 게 사실은 되게 번거롭거든요. 지금 사랑이 산책을 안 시키면 낮잠을 잘 수 있을 텐데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하루에 3-40분 산책할 시간도 없이 산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잘못 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조화로운 ON과 OFF의 영역의 기준을 사랑이 산책으로 삼기로 했어요. 사랑이 산책이 귀찮고 진짜 하기 싫게 느껴지는 정도로까지는 일의 강도를 높이지는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5. 그동안에 참여하셨던 여러 활동에서 만들어내신 사업계획서와 공모전 기획안 등을 담고 있는 전자책 <치열함보단 기발함으로>를 내놓으셨잖아요. 그 안에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들도 다뤄주신 게 인상 깊었어요. 흥식 님께서는 실패, 혹은 탈락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생각하는 기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근시안적으로 보면 성공, 실패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만 기간을 길게 보면 결국 좋은 성과이건 나쁜 결과이건 뒷단의 성취해 낼 무언가를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모전에서 선정이 안되면 다음 공모전 때 더 발전된 버전으로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특정 공모전이나 지원 사업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그 사업에 있어서는 실패지만, 좀 더 기간을 길게 보면 결국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에서 결과가 안 좋았던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에 대한 자료들과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독자들에게 공유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 자료들이 이후 지원 사업이나 공모전에서 수상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발판이 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 여러 활동을 하시면서 동료분들을 통해 얻은 것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동료분들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의도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스스로를 투여하는 것이 절 성장시킨다는 걸 배웠습니다. 최근에 이걸 깨달았는데, 사실 전시 기획과 브랜드 디자인을 같이 했던 팀원이 저랑 성향적으로 대척점에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콘텐츠를 만들 때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 폭이 넓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제가 잘 다루면 된다고 생각하는 급진적인 성향이라면 그 친구는 문제 되지 않을 주제들에 대해서만 하고자 하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디자인에 있어서도 서로가 지향하는 게 종종 크게 다르더라고요. 일이 빠르게 되려면 성향이 크게 다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면 문제는 너무 제 우물에만 갇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팀원과 계속 소통하고자 해요. 저만의 성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여러 부분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친구를 계속해서 같은 팀 안에 두려고 하는 게 있어요.


매너리즘이라고 하죠. 현재에 안주하며 변화를 바라지 않는 상태.


갑각류의 탈피 과정이 떠올라요. 덩치를 키우고 더 튼튼한 껍질을 만들기 위해 탈피 기간에는 연한 살이 드러난 채, 공격에 아주 취약한 상태로 버텨야 합니다.  


우리는 갑각류가 아니잖아요. 우리에겐 성장이 불가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장에 있어서 불편하거나 힘든 상황은 불가피하죠.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성장을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넣어두는 것이 자연스레 성장, 탈피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피터사진전 이후, 동료분들과 흥식 님


What is your OFF?


7. 앞서 말씀해 주신 발전의 과정에서, 흥식 님께서 가장 경계하시는 태도가 있다면요?


건방지고 오만한 태도를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자부심, 자신감을 갖고 사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선이 있고, 남들에게 너무 많이 보이거나 들키면 안 되는 부분도 있잖아요. 지금까지의 인연들, 그리고 스스로를 통해서 그동안 이뤄왔던 것들에 대한 성취, 자부심, 자신감을 어느 정도 숨겨야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겸양의 자세를 가지자는 거죠.

이게 한국 건축이 어려운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중국처럼 대놓고 뽐내서도 안 되고 일본처럼 너무 숨겨서도 안 되고, 그 사이 어딘가의 지점에 위치할 수 있는 덕목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8. 드디어 졸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게 된다고 생각했을 때 감회가 어떠신지, 졸업을 앞두고 아쉬운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학부생으로서 프로젝트나 비즈니스를 하면 사회적인 관용의 폭이 넓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적인 예를 들면 고객사에서 원하는 뭔가를 해줬을 때 제가 학부생일 때는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 내용이라도 졸업을 하고 프로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 엄격한 기준 하에 평가를 받으니까요. 관용의 폭이 좁아진다는 게 무섭다고 느껴집니다.


온 세상의 대학생들은 졸업을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려움 혹은 탈피. 수년간 가지고 살던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는 것은 사회에 내던져진다는 감상을 주기도, 혹은 공부를 넘어 실전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줄 수도 있겠죠.


두려움은 시작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 두려움을 이기면 항상 레벨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9.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흥식 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궁금합니다. 짧게는 1년 뒤, 중장기적으로는 5년, 10년 뒤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주 짧게는 어흥 프로덕션의 고객사를 늘려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이고요. 조금 개인적인 목표를 생각해 보면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거지 당장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내년에는 독립을 하고, 결혼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보자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저의 동기부여나 목표의식이 제 안에 있으면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업 활동을 지속하다 보니 저 스스로의 자아실현이라는 목표만 갖고 비즈니스 하는 게 가장 위태로운 것 같더라고요. 결혼을 해서 부양해야 될 가족들이 있으면 목표의식과 동기부여가 더 확실해질 것 같은데 지금은 저만의 바람이나 자아실현에만 목표의식이 국한되어 있으니까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다른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가정에 최선을 다 하고 싶기도 하고, 결국은 외부에서 오는 동기를 얻고 싶다는 생각 같아요.
 
 

10. 마지막으로 ‘주저하는 연인들에게’가 아니라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는,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본인의 마음을 담아 한 말씀 해주세요.


성공은 결정적이지 않고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제가 한 말은 아닙니다. 아마 유명한 사람이 했던 얘기일 건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실패도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솔직히 20대에 하는 것들 대부분이 결정적으로 성공적이기도 어렵고 결정적으로 치명적이기도 어렵잖아요. 일단 가진 게 없으니까 리스크도 없고.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책임질 대상이 적고 가진 게 없는 시기가 도전하는 데 굉장히 유리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라도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잖아요. 그건 들어봄직한 조언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리스크부터 따지지 말자. 저한테 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Editor’s note>

20대는 시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경험을 얻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작은 우리에게 성취와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어떤 시작은 후회를, 고통을, 눈물을 가져다주기도 하죠. 그럼에도 이것이 가치 있는 이유는 시작을 하지 않으면 그중 어떤 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련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아프고 힘든 결과는 뿌리로 내려, 예쁜 결과는 꽃으로 피워 단단하고 아름다운 20대를 키워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소중한 인생 역사 중 한 페이지를

진심을 다해 기록해 드립니다.


Editor: 홍지영


                    



매거진의 이전글 후회하기 싫어 '시작' 했습니다:루소이, 음악을 꿈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