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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F Jun 14. 2024

긴 시간을 바라보며 천천히

Episode 19 : 단단하고 유연하게 삶을 가꾸는 요가 강사, 노다솔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다양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는 인터뷰팀 ONF입니다.   

   

한 사람의 ON과 OFF를 함께 조명하며

그 고유한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 ONF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ON: 직업, 일. 사회적 시선에 노출되는 대외적인 모습의 ‘나’

OFF: 일을 제외한 일상, 휴식, 다소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




Episode 19: 고요하고 평탄하게, 나의 중심을 지키는 일


각 운동 별로 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몸이 다르더랬다. 그중에서도 가장 동경해 왔던 것은 요가인들의 몸이었다. 꼿꼿하고 가느다란 곡선 아래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속근육들이 얼핏 느껴지는 몸. 중력을 거스르고 두 팔로 머리와 다리를 지탱하는 그들의 강인함이 적어도 내겐 어떤 극한 운동보다도 경이로웠다.


바닥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다리가 심하게 저린 와중에도 어깨와 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내 앞에 요가 강사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녀의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싱그럽고 뚜렷한 자기다움에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정결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웃음기를 한껏 머금은 채로 자신을 확고히 전달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모두가 마치 깊은 요가 수련을 받은 듯한 후련함을 느끼기를.




안녕하세요, 다솔 님. 저희 독자분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하타, 아쉬탕가의 요가 수련을 안내하고 있는 노다솔입니다. 2022년부터 약 2년간 요가 강사로 지내오고 있어요.



What's your ON?


Q. 처음엔 취미로 요가를 배우기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요가 강사의 길까지 이르게 되신 건지 궁금한데요. 처음 요가를 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가 자체를 처음 접한 건 20대 초반이었어요. 헬스장에 있는 GX(그룹 운동)로 요가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사실 썩 재밌다고는 못 느꼈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요가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요가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개인주의가 강한 성향이다 보니 다른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운동보다도 매트에 서서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요가가 적성에 맞더라고요. 무엇보다 요가원의 사람들이 주는 공기와 분위기가 무척 좋았어요. 당시의 저는 기분이 쉽게 오르락내리락하던 사람이었던 반면 요가 선생님은 휘청이지 않을 듯한 평온한 분위기를 풍기고 계셨죠. 함께 수련하는 분들 모두 겉은 부드럽고 내면은 단단한 느낌이었어요. 나도 이곳에 다니면 저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요가원에 가는 횟수를 일주일에 3일, 4일 늘리다 보니 어느 순간 진심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요가 강사가 되어있더라고요.



-요가 강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요가TTC(요가지도자과정)나 다양한 민간 자격증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사실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스타일의 요가를 잘 수련해 왔고 가르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요가 수련에도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수련을 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종류의 요가 수련을 더 잘 이끌 수 있는지도 저마다 달라요. 명상을 주로 하는 요가가 맞는지, 힘쓰는 동작이 주가 되는 요가가 맞는지요. 요가원에서도 강사를 선택할 때 그런 점들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수련을 얼마나 꾸준히 해왔는가.


저는 변화를 안 좋아하고 반복적인 것들이 주는 안정감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하타나 아쉬탕가가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하타와 아쉬탕가의 수련을 지도하고 있어요.


* 하타 요가 - 해와 달을 의미하며 음과 양과 같은 극과 극의 에너지를 중앙에서 조화롭게 모아주고 그 흐름을 느껴보는 과정이다. 각 과정 안에 오래 머물러보기도, 동작과 중심의 토대를 바꿔보기도 하며 에너지를 느낀다.


* 아쉬탕가 요가 - 빈야사라는 일정한 흐름 속에서 호흡과 각 동작이 물 흐르듯 나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작의 완성도에 연연하기보다는 끊기지 않는 숨의 연결을 느껴본다.



Q. 정말 재미난 수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계시던데요. 요가와 차, 커피를 접목한 수업도 있고, 임산부들을 위한 찾아가는 수업도 있죠. 푸릇푸릇한 초록의 공원에서 꾸준히 열고 계신 야외 수업도 정말 낭만적인 것 같고요. 이렇게 매번 색다른 수업을 기획하게 된 건 어떤 계기였나요?


시작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어요. 요가 강사가 되기 전 직장 생활을 할 때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르고 인정을 받으니 나를 애써 알릴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가 강사는 내가 이 자리에서 홀로 열심히, 잘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가 강사로서의 나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수업을 찾아오게끔 하려면 쉽게 요가를 가르쳐야 하고, 그러려면 재밌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요가에 마구 접목했어요. 그렇게 예쁜 공원을 찾고 맛있는 디저트와 향긋한 티를 요가와 함께 내어 드리게 된 거죠. 다행히 지금은 클래스를 열면 많은 분들이 기대감을 품고 먼저 찾아와 주세요. 사람들 반응이 커질수록 점점 욕심도 커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요가가 재밌는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듣고 나니, 요가가 마냥 무겁고 어렵지 않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이런저런 클래스를 구상하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 열심히 머리 굴리던 경험이 이렇게 또 쓰이네요. (웃음)


야외 요가 수업


-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요?


바리스타 분과 함께 진행했던 커피 요가 수업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요. 가장 행복한 동시에 가장 힘든 수업이었죠, 아마. 처음 커피 수업을 기획한 건 커피가 요가와 닮아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달리 커피는 각성과 이완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해요. 요가에서도 마찬가지로 각성과 이완의 순환 작용이 중요하거든요. 마냥 힘을 푸는 게 아니라 내 몸 상태를 잘 관찰하기 위해 기민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그래서 요가와 커피를 동시에 즐기는 클래스를 떠올리게 된 거예요.


우선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꽃 향이 나는 진한 커피를 마시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바짝 각성한 상태로 열심히 땀을 낸 후엔 카페인이 적은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몸을 식혀 주어요. 그 일련의 과정이 커피의 향기와 잘 맞아 들어간 덕분에 모든 분들이 참 만족스러워했어요. 문제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나머지 참가자분들이 집에 안 가셨다는 거예요. 커피의 각성 효과가 너무 강했던 걸까요. 처음 보는 회원분들끼리 3시간이 넘도록 그칠 줄 모르고 수다를 떠시더라고요. 집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가 빨려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혼났어요. 하하하.



Q. 같은 시퀀스의 요가라고 해도 누구로부터 배우는지에 따라 무척 다를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다솔 님의 수업은 어떤 특징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수업에서 늘 주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요가 강사가 되기 이전부터 수련을 해온 모든 기간 통틀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이 있는데요. 바로 ‘안전’이에요.

안전하게 수련하려면 우선 내 몸의 상태를 잘 알아차려야 해요. 그러나 때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현재의 내 상태를 부정하고 나의 수준을 넘어선 높은 곳에 닿고자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해요. 저는 모든 안 좋은 것들이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건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수업 때 항상 주요하게 안내하는 것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내가 무리하게 욕심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옆 사람 혹은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보채고 있지는 않은지를 계속해서 주시하며 내 몸의 적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저는 너무 힘들면 그 전 단계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말해요.


하지만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도전성을 추구해 보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보는 거죠.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또 다른 요가 클래스가 있냐는 물음에 그녀는 어디서라도 요가 수업을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얇은 요가 매트만 있다면 그곳이 바다이든, 미술관이든 제한 없이 몸과 마음을 구부렸다 펼칠 수 있다며. 하긴 그렇다. 아무리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도 챙겨 온 요가 타월 위에서 낯선 배경을 등에 지고 자신의 익숙한 세상을 반듯이 옮겨내는 이들을 보면 그렇게도 비범해 보였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흔들린다 해도 쉽게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잎사귀처럼 유연하게 주위를 떠다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그들을 받치고 있다.


요가를 하다 보면 양옆으로 사람들이 휘청이는 걸 보며 나도 함께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요가 선생님은 말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거울 속 자신만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나의 몸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지점을 찾아간다. 외부와 단절된 나의 오롯한 시공간 속에서 나는 어느덧 흔들리지 않게 된다.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해서도, 건강하고 온전하게 수련을 마치기 위해서도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분명하게 헤아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잘 아는 이들은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 중심으로 말미암아 휘몰아치는 소란의 틈새에서도 뚜렷하고 용기 있게 자신을 펼쳐나갈 것이다.




What's your ONF?


Q. 요가는 몸의 수련인 동시에 마음과 정신의 수련이잖아요. 요가를 시작한 이래로 다솔 님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끈기가 생겨난 것 같아요. 똑같은 것을 반복하며 꾸준히 해나간다는 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요. 요가에서는 그저 호흡을 할 뿐이라도 매일 매트 위에 올라 수련하기를 강조해요. 궂은 날이건 화창한 날이건, 마음이 풍족한 날이건 빈곤한 날이건, 하기 싫은 날에도 꾸준히 매트 앞에 서는 힘을 기르는 것이죠. 그렇게 날마다 반복하다 보니 ‘그냥 하는 힘’이 길러진 것 같아요.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일단 하는 힘이 길러지고 나니까 세차게 바람이 불든, 흙탕물이 바지에 튀든 이 힘겨움은 결코 영원하지 않고 머물다 지나갈 것이며, 예전에도 수차례 이런 상황을 잘 이겨냈었다는 나에 대한 믿음도 함께 자라나더라고요. 주변의 것들에 쉽게 개의치 않고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꼭 요가 수련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그 훈련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장인들이 매일같이 출근하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잖아요. 엄청난 마음의 지구력에서 비롯된 것이죠.



Q. 모든 것이 기대한 대로만 척척 이뤄지지는 않죠. 어느 날엔 수월했던 동작이 마음과 몸의 상태에 따라 어느 날엔 아예 안되기도 하고, 꾸준히 시도하는 동작에 계속 실패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다솔 님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다잡으시나요.


요가 강사가 되기 전에는 포기가 정말 빠른 편이었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고 아니면 쉽게 저버리는 편이었죠. 요가 강사가 된 후에도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과한 욕심을 부리지는 않아요. 다만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거죠. ‘혹시 조금 더 해볼 수 있는데 너무 일찍 포기하는 거 아니야?’ 라고요. 요가를 배우러 오신 분들을 지켜보면 동작이 전혀 안 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 과정이 새삼 너무 아름다워 보였어요. 동작이 완성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저 그 과정 자체가 예쁘다는 걸 제3자의 눈으로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마 본인들은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가치 있는지 모를 거예요. 덕분에 제 수련에서도 마음가짐이 확 달라졌어요. 힘없이 바로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 볼 수 있는 의지가 길러졌달까요. 평소보다 잘 안되는 날이어도 어쩌겠어요, 안되면 안되는 대로 그냥 인정하고 해야죠. 그런데도 조금이라도 더 가보려고, 안되더라도 더 버텨보려고 애쓰는 마음이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Q. 다솔 님이 가장 좋아하는 요가의 자세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제일 좋아하는 자세를 꼽는 건 정말 어려워요. 왜냐면 다 힘들거든요. 요가가 좋은 거지 아사나가 좋은 건 아니니깐요. (웃음) 음, 그런데도 한 가지를 꼽자면 사바아사나를 제일 좋아해요. 수련의 맨 끝에 가만히 누워있는 자세로 송장 자세라고도 불릴 정도로 정말 꼼짝없이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요.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계속 꼼지락거리고 뒤척거리게 되어요. 80여 분간의 요가 수련은 결국 사바아사나로 잘 도달하기 위한, 잘 누워 있기 위한 과정인 거예요. 몸을 잘 활성화하고 잘 이완한 후에야 정말로 편안히 누워 쉴 수 있죠. 잡생각이 많고 몸을 자꾸 움직이게 된다면 앞선 수련 과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짧은 5분 동안에도 코를 골 정도로 깊은 이완의 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면, 그건 앞의 과정들을 충실히 잘 거쳤다는 뜻이에요.


수련 중인 다솔


Q. 요가 강사가 되기 이전에는 다른 일을 하셨다고요. 오래 안정적으로 해 오던 일을 접어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은 없으셨나요?


요가 강사가 되기 전에는 신문사에서 편집 기자로 3년 정도 일했어요. 굉장히 좋아했던 일이기도 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어서인지, 그만큼 사랑했던 일을 그만두자니 정말 많이 망설여지고 아쉽더라고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일인데 조금이라도 더 가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고요. 하지만 막상 마음을 다잡은 후로는 일말의 고민도 남겨두지 않았어요. 제가 한번 결단을 내리면 문제 해결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당장 초보 요가 강사로서도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아서,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후회는 전혀 없어요.



- 초보 요가 강사로서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과정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도 저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요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수련하면 강사로서의 페이도 높아지고, 저를 찾아주는 곳들이 생겨나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선 나를 빨리 알리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지요. 그렇게 당장의 홍보와 수입을 위해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블로그를 열었어요. 매일 게시물을 올리면 어떻게든 될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때아닌 SNS 공부도 시작했어요. 나름의 감성 사진도 올려보고 릴스도 올려보고 유료 광고도 시도해 보고요. 그 과정에서 원데이 클래스도 열게 된 거예요. 다양하고 저렴한 수업을 꾸준히 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먼저 찾아와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팔로워도 천천히 늘어가더라고요.


어찌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과정이고 고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결국 요가를 좋아하는 열정과 일맥상통한 마음이라 생각해요. 생활이 빡빡하면 어떻게 너른 마음으로 이 일을 사랑만 할 수 있겠어요. 사랑해서 선택한 요가를 현실의 벽 앞에서 미워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매일 매 순간 하는 것, 무의식적이기도 하면서 의식적이기도 한 것. 놀라면 가빠지고 편안하면 차분해지는 것, … 그것이 프라나야마, 즉 호흡이다”
<아무튼, 요가>


50분의 요가 수업이 끝자락에 닿을 즈음, 사바아사나를 앞두고 마지막 동작을 유지하는 내 숨은 가빠졌다. 휘청이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는 덜컥 숨을 참았다.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힘들수록 숨을 내뱉어야 한다며, 아이에게 걸음을 가리키듯 선생님은 숨쉬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숨 쉬는 법을 상기시켜 주었다.


우리는 자주 숨을 포기한다. 무언가에 쫓기며 숨이 차도록 매일을 질주하고, 그러다 문득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엔 패닉 상태가 되어 작정하고 숨을 멈춘다. 아득한 하루의 끝에서 몰아쉬듯 깊은 한숨을 푹 내쉬는 걸 보면,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호흡을 미루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삶이 단기전이 아닌 하나의 긴 수련이라면, 수련을 평탄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지구력이 아닐까. 아득하리만치 오랜 시간을 안녕하게 버티어 가기 위해선 적재적소에 숨을 내쉬어야 한다. 온전한 숨이 온전한 움직임을 만들고, 충실한 움직임은 다시 편안한 숨을 만든다. 삶은 결국 숨을 잘 쉬어가기 위한 훈련이고 과정일 것이다.




What's your OFF?


Q. 다솔 님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여가 시간을 채우세요? 요가로 가득한 다솔 님의 삶을 군데군데 메우는 작은 낙(樂)들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일상의 낙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일에 열정을 쏟은 만큼 그만한 낙도 당연히 챙겨야죠.

 제게 삶의 낙은 저의 집이고 일상인데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보다 집안의 삶이 평온하고 행복할 때 힘을 얻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6일간 이어지는 주중 수련을 마치고 딱 하루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있어요. 일주일간의 수련을 갈무리한 후에 마시는 하루의 캔맥주가 얼마나 달콤한지요. 또, 요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최근에 당근마켓에서 구한 엘지 틔운으로 생애 처음 채소들을 길러보고 있는데요. 직접 키우고 수확한 허브, 상추, 쑥갓을 활용해 요리를 만드니 보람이 몇 배는 큰 것 같아요. 내가 직접 키우고 만든 것들로 나를 위한 한 끼를 대접하는 그 기분이 하루의 낙을 톡톡히 채워줘요.  


엘지 틔운으로 키운 다솔의 식물


Q. 직접 키운 채소 얘기에 미소가 한껏 번지셨네요. 채소를 너무도 좋아해서 준 비건인에 버금가는 생활을 하고 계신다던데, 다솔 님의 유별난 채소 사랑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채소를 무척 좋아하고, 특히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탓에 채소의 순수한 매력을 살린 요리들을 자주 해 먹는 것 같아요. 배추전이나 채소 튀김도 자주 해 먹고, 또 직접 키운 딜을 넣어서 만든 레몬 버터 딜을 주위에 나눠주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허브 향이 농밀해서 비스킷이나 갓 구운 빵, 파스타나 스테이크에 올려 먹으면 별미예요.

모든 채소를 좋아해서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꼽기는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제철 채소들을 꼭 챙겨 먹는 편이에요. 그 시기에 땅에서 나는 것들을 먹으면 땅의 기운이 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이 느껴져요. 봄이 되면 냉이와 달래, 여름에는 오이, 겨울이면 무나 쑥이 좋아져요.


다솔만의 레시피로 만든 레몬 버터 딜


- 채소를 주식으로 하면 요가를 할 때에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으세요? 오히려 가벼우려나요.


취미로 할 때엔 몰랐는데 강사가 되어 난도 높은 수련을 수행하다 보니 힘이 부족한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요가엔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도 아주 많거든요. 힘을 내려면 근력이 중요하고, 근력이 있으려면 단백질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채소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요가 강사가 막 되었을 땐 너무 힘들어서 억지로 고기도 많이 먹어봤었죠. 그러다가 저의 요가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는데요. 이미 오래전부터 채식 생활을 해 온 선생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차가 고장 날 것 같은 순간마다 좋은 기름을 넣어줄지, 아니면 그 자체로 연비 좋은 차가 될지는 이제부터 네가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그때 연비 좋은 차가 되기로 했어요. 이후에 다시 저의 방식대로 먹기 시작하니 몸은 여전히 힘들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더라고요.



Q. 요즘 다솔 님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요즘은 저의 요가 동기 선생님들과 함께 할 때 가장 좋고 마음이 편해요.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신을 잘 돌보고 가꿀 줄 알아야 해요. 내가 어떤 상태인가를 늘 눈여겨봐야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요가를 하는 사람 중에는 내면이 튼튼하면서도 아이같이 싱그러운 사람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동기 선생님들은 한창 힘들고 고민이 많던 시기부터 이런저런 설움을 나누고 서로 의지한 덕택인지 더 끈끈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성향은 비슷한데 취향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랄까요.


저는 본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아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겁도 없고 엄청 도전적이에요. 한번은 선생님들과 함께 인생 첫 서핑에 도전한 적이 있어요. 그날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날씨도 무척 추웠죠. 평소의 저라면 물 근처엔 얼씬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다들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을 보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들어갔는데, 그때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어요. 폭우가 내리는 날 바다 한가운데에 머무르는 경험이 제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요. 바다 위로 물방울이 통통통 튀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무척 재밌고 행복했어요. 이렇게 긍정적인 것들을 서로 나눠주는 사이가 정말 귀하고 감사하게 여겨져요.



Q. 요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저런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요가뿐만 아니라 무슨 운동이든 마음먹고 시작하기가 쉽지 않죠. 나이가 들수록 망설임은 더 커지는 것 같고요. 이런 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면 좋을까요?


저 역시 중학교 때부터 무릎 탈골이라는 질환을 앓아왔어요. 지나가다 돌부리에 걸려도 무릎이 빠질 정도로 근육과 뼈가 약해진 상태라 병원에서는 수영, 요가, 자전거, 달리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치료만 온전히 받으라고 했죠. 그 말을 듣고 그럼 내 무릎은 앞으로 약해지는 수밖에 없는 건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못 들은 체하고 요가를 해버린 거죠. 하하. 그런데 그땐 감히 상상도 못 하던 동작들을 현재 하고 있는 걸 보면 내 무릎이 정말 많이 나아졌다는 걸 느껴요. 수술밖에 답이 없던 몸이 수술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로 나아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어떤 한계가 있다고 해서 지레 ’나는 못해, 안 해‘라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내 상태를 인지하고 받아들인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면 되는 것 같아요. 무릎이 약한 사람이라면 무릎이 강하게 쓰이는 아사나만 피하면 되는 거잖아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1년만 지나도 분명 근력이 생길 것이고, 예전의 나와 명확히 달라진 나를 보며 더 높은 지점을 기대하고,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거죠. 물론 남들이 한 번에 하는 동작조차 당장에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조바심도 들고 욕심도 생기겠지요. 그렇지만 당장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을 바라보며 천천히 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가끔은 포기도 하고 조절도 해보면서 내면은 더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것에 갇히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10년 뒤의 조금 더 좋아진 나를 기대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Q. 앞으로 삶을 대할 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하시나요?


단순하게 잘 먹고 잘 수련하고 잘 쉬고, 나쁜 환경에서도 좋은 걸 볼 수 있는 평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쉽고 간단해 보여도, 어쩌면 더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Editor's Note>

평형 상태. 이는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진행하는 힘의 속도가 같아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그녀가 말한 평탄한 사람이란 무릇 평형 상태를 번듯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삶은 나의 움직임이 0인 때에도 수시로 바람을 일으켜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은 동요되어 더 큰 파장으로 일렁인다.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림 속에 무력해지지 않도록 자신을 다독이며, 고요하고 굳건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오롯한 평형 상태를 지킬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는 어떡하냐는 물음에 그녀는 반복되는 것 속에 새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 가는 길 대신 새로운 길로 새어본다든지, 요리를 하며 항상 듣던 재즈가 아닌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틀어본다든지. 요가도 마찬가지다. 매일 반복하는 일정한 수련 속에서 그녀는 늘 새로운 경계에 도전하고 있다.


요가 매트의 안과 밖에서 그녀가 길러 온 것은 외부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역동성을 갖추어 가는 힘이다. 그 힘으로 그녀는 언제든 자신을 편안히 해주는 단단한 일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도 도전을 망설이지 않으며 충만함을 키워 나갔다. 그것은 오로지 그녀가 수많은 시간 자신을 바라보고 돌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갖은 걱정과 불안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원동력은 나를 향한 열띤 시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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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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