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제품의 성공은
내게 참 많은 걸 안겨줬다.
회사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주변에선 “다음엔 또 어떤 걸 보여줄까?” 기대의 눈으로 날 바라봤다.
몇 년 동안은 계속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그 기대는 점점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인생은 길고,
성공은 짧다.
한 번 잘했다고,
그게 평생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느 마케팅 책에서 봤던 문장이 떠올랐다.
“1등은 늘 부담스러운 자리다.
2등은 올라가기 위해 달리고,
1등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틴다.”
그 말이 그때는
참 진하게 와닿았다.
패션 업계에서 ‘트렌드’란,
기회이자 위기다.
그 흐름을 잘 타면,
기차처럼 달린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급커브도 없이 곤두박질친다.
지금 잘 나간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우리 브랜드 역시 트렌드라는 물결 위에 올라타 있었고,
그 물결이 언제 꺼질지 누구도 몰랐다.
그즈음,
나는 새로운 브랜드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막 첫걸음을 걸으려는 브랜드였고
아직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들과는 조금 달랐다.
접해보지 못한 분야까지 포함해서
정말 많은 걸 새로 해야 하는 자리였다.
기존에 몸담았던 브랜드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었다.
안정적이었고,
내 자리는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더 많은 걸 배워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로의 이직을 결정했다.
모든 것이 0에서 시작이었다.
사람도, 팀도, 시스템도, 매장도.
심지어 함께 일할 프로세스조차 없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직접 뛰어야 했다.
설득하고, 실행하고, 때로는 부딪혀야 했다.
그 모든 것들이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 모든 것들을 경험이라는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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