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겉은 번지르르 속도 그럴까?

by 베리피아 다이어리

두 개의 브랜드를 거쳐 강산이 한 번 변했다.
그 사이 나는 어느새 ‘중고참’이라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을 했다.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였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었다.

그들은 나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안정된 복지를 포기해야 했고

고층 빌딩의 깔끔한 사옥에서 일하는 환경 또한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나에겐 세 번째 브랜드.
브랜드 파워는 괜찮았지만,
실제로 매출은 한 카테고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여러 문제도 눈에 띄었다.
과도한 생산, 납기 지연, 판매 부진이 반복되는 악순환.

하루에도 몇 명씩 퇴사자가 나오고,
새로운 사람들은 들어왔다가 금세 그만두었다.

겉은 유명 브랜드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예전 나의 사수였던 L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밖에서 보는 거랑 안에서 겪는 건 전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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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빨리 이 브랜드를 파악하려고
주말도 반납하고 매장을 돌았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인식이

우리가 정의한 브랜드 포지셔닝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린 ‘캐주얼’이라 했지만,

고객은 ‘여성복’이라고 인식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고객이 생각하는 브랜드 포지셔닝의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실력 좋은 디자이너가

멋진 디자인을 내놓았다.


문제는 생산이었다.

납기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때 입고 됩니다"라고 했지만

말 뿐이었고 결국 출시일이 두 번이나 밀렸다.

이로 인해 마케팅 일정이 모두 꼬여버렸다.

심지어 두 번이나 밀리고 난 후 출시 당일도
입고된 수량은 주문량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영업팀은 분노했고,
우리 팀은 할 말이 없었다.

어렵게 제품은 출시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영업팀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마케팅 팀과 각 종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매출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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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첫 번째 큰 실패였다.
그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그 브랜드는 지금도 잘 나가지만,
내가 맡았던 카테고리는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바닥을 헤매고 있다.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났다.


하지만 나는 그 실패에서 분명히 배웠다.

무엇보다,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속에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쓰라렸지만,
그 안에는 내가 다음 도전에 쓸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훗날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임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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