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직접 써보고 좋아 소싱한 제품들, 그리고 반응

by 베리피아 다이어리

브랜드 이름도 정했고, 방향성과 원칙도 세웠다.
이제 남은 건 가장 중요한 것, 사람들에게 보여줄 제품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남들이 다 파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건 뭘까?”


여행을 떠날 때 내가 꼭 챙기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가방, 선글라스, 우산, 삼각대...

하지만 솔직히, 이런 건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샅샅이 뒤졌다.
요즘 여행자들은 뭘 들고 다니는지, 어떤 게 불편한지, 어떤 신제품에 반응하는지.
밤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정리한 자료는 노션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수십 개, 수백 개의 후보가 올라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다 팔고 있다는 거였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좌절할 뻔했지만, 끝내 틈새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압축 파우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캐리어 속이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그걸 정리해 주는 게 파우치인데, 요즘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압축 파우치가 있었다.

marissa-grootes-TVllFyGaLEA-unsplash.jpg

지퍼를 한 번 더 돌려 안에 든 옷 부피를 줄여주는 방식.
이미 유명 브랜드가 이 제품으로 대박을 치고 있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5개 세트가 거의 10만 원.
여행 좋아하는 나조차 “이건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압축 파우치를 보고 여러 소싱 업체를 통해 샘플을 주문했다.
천이 얼마나 두꺼운지, 지퍼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가장 많이 봤다.

압축 파우치는 이 두 가지가 생명이다.

천이 얇으면 금방 찢어지고, 지퍼가 튼튼하지 않아 부러지면 아무 쓸모가 없다.
직접 손에 쥐고, 열고 닫아보고, 마구 채워보며 검증한 끝에
괜찮은 퀄리티의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목베개 (+낮잠 베개)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건 독특한 목베개였다.
겉모습은 조금 엉뚱했는데 마치 변기 같은 모양이었다.


jonathan-taylor-lIYqdgIF2Rg-unsplash.jpg

그런데 써보니 정말 혁신적이었다.

어깨와 목을 어깨를 동시에 받쳐주고,
책상 위에서는 마치 마사지 베드처럼 얼굴을 파묻고 잘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비행기에서 불편한 자세라면 식사테이블을 내려 목베개에 엎드려 잘 수 있었다.


책상에서는 허리를 받치거나 배 쪽에 두면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아, 이건 사무실 직장인들의 낮잠 베개로 쓰기도 정말 좋구나.”

단순한 여행용품이 아니라,
여행 + 일상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는 제품이었다.

여행 때뿐만 쓰는 제품은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여행 때가 되면 부랴부랴 찾는데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이라면

늘 내 곁에 두고 쓰기가 좋다.


3D 안대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빼앗은 건 3D 안대였다.
기존 안대는 눈을 눌러 불편했는데, 이건 달랐다.

눈두덩에만 살짝 닿고, 푹신한 메모리폼에 실크 같은 감촉.
빛 차단율은 90% 이상이라 암막 커튼을 친 듯 깜깜했다.

laura-adai-IXG6e5RNQp0-unsplash.jpg

나는 매일 아침 좌석버스로 1시간씩 출근하는데,
그때 이 안대를 써봤다.
바로 졸음이 쏟아졌다. 해외여행 갈 때도 늘 챙기는 필수템이 되었다.

주저 없이 이 제품을 리스트에 올렸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나로서,
내가 직접 써보고, 직접 느낀 퀄리티와 편리함이 있는 제품만 골랐다.
일상에서도 쓸 수 있으며 여행에 반드시 가져갈 그런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 기대만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막상 시장에 내놨을 때 반응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좋은 건데,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어떻게 해야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내 머릿속은 다시 수많은 고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소싱의 끝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첫 번째 시험대였던 셈이다.


확실한 건 사이트에 제품을 올린다고만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전 편


다음 편


작가의 이전글브랜드가 지켜야 할 원칙, 마음을 담은 세 가지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