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가방을 봤을 때, 참 특이하다 싶었다.
“도시락통인가? 바구니인가? 아니면 파우치?”
뚜껑과 바구니가 결합된 낯선 형태. 그런데 묘하게 끌렸다.
뚜껑은 화장품 파우치로도 쓸 수 있었고, 바구니는 EVA 소재로 만들어져 물과 오염에 강했다.
말랑한 촉감, 투박하지 않고 귀여운 실루엣.
내 눈엔 딱 휴양지 전용 가방처럼 보였다.
그동안 수없이 다녀온 바닷가 풍경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야외 수영장에서 수건과 젖은 옷을 넣어둘 공간이 늘 마땅치 않았던 기억.
해변에 나가면 모래에 파묻히는 가방 속 소지품들.
이 가방이라면, 젖은 물품은 바구니에 담고
현금, 여권, 핸드폰은 뚜껑 파우치에 넣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송송 뚫린 구멍 덕분에 물은 빠지고, 바람이 통하니 금세 말라버릴 테고.
“그래, 이거다. 이걸 메인으로 잡자.”
우선 소량이라도 들여오기로 했다.
컬러는 네 가지 중 세 가지만 선택.
‘소량이라도 제대로 해보자.’
그렇게 11월, 제품은 한국 땅에 도착했다.
문제는... 계절이 가을, 11월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추워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해변으로 가지 않는 계절이었다.
정말 비수기 중의 비수기.
하지만 나는 컨셉을 휴양지 용으로 잡았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동남아는 이제 건기잖아. 지금이 성수기라고.”
물놀이 비수기인 한국과는 달리 동남아 대부분이
11월은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는 시기다.
즉, 한국은 비수기지만 동남아는 성수기라는 뜻이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했던 위안일지도 모른다.
기대를 안고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반 동안 결과는 처참했다.
단 한 건도 팔리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판매 페이지를 열어보며,
‘오늘은 혹시..?’ 하고 기대했지만, 화면은 늘 그대로였다.
하하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아무도 이 제품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거였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아래, 광고 예산은 늘 빠듯했다.
잠깐 시도한 네이버 키워드 광고도, 쿠팡 광고도 바람처럼 스쳐갔다.
반응은커녕 클릭조차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제품을 알리고 싶었다.
‘괜찮은 제품이니까 언젠가는 알아줄 거야.’
그 믿음 하나로 사진을 바꾸고, 글을 다듬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몇 번이고 새로 만들었다.
그렇게 지쳐가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DM이 와 있었다.
이 메세지가 제품의 판매 방향을 바꿔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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